지난해 11월 26일 경주 황성본당(주임=이성한 신부) 신자들은 「작은 기적」을 체험했다.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 「나눔을 위한 자선 바자」에서 1300만원에 가까운 거금(?)을 벌어들인 것. 모두들 놀랐다. 기껏해야 몇백만원 수익이 나올까?… 도우려고 미리 정해놓은 곳만 40집인데 어떻게 쪼개서 나누나?… 준비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시작한 것 아닌가?…기대반 우려반 속에서 연 바자였기 때문이다.
사실 황성본당 신자들에게 「바자」니 「복지사업」이니 하는 말은 생소한 것이었다. 지난 93년 설립돼 아직 10년도 채 안된 본당이라 자립하기에 바빴지 이웃을 돌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한 해 복지비로 200~300만원을 지출하며 시늉만 낸 셈이었다. 이런 와중에 이성한 주임신부는 2001년 본당 사목표어로 「봉사하는 공동체」를 제시했고, 이에 부응하고자 사목평의회에서는 구체적인 나눔과 봉사활동을 궁리했던 것이다.
지역 사회를 위한 구체적인 나눔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동사무소와 면사무소에 의뢰해 생활이 어려운 40가정을 선정했다. 덜컥 도울 곳만 정했지 이젠 무엇으로 돕느냐가 문제였다. 1달 남짓 준비로 바자를 열었다. 결과는 대성공. 본당신자는 물론 지역민과 이웃 본당 신자들, 경주시장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대거 관심을 갖고 찾아주는 덕에 본당 설립 후 가장 풍성한 나눔이 있었다.
바자를 마치고 곧바로 40가구에 매달 쌀 10㎏과 약간의 반찬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교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반원들이 직접 찾아가 전하기로 했다. 그들의 하소연도 들어주고, 청소며 도배, 부엌수리도 해주며 정을 나누고 있다. 한 개신교 신자는 본당 신부에게 전화해 『(개신교)교회에 다니는데 이렇게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감사해했다.
황성본당의 나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도소 재소자를 위해 매월 15만원을 지원하고 있고, 지체장애자들을 위한 경희학교에 매달 20만원을 보내고 있다. 불우학생 4명에게 수업료 전액을 지원하는 등 1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고, 장애자 수용 시설인 한울타리공동체에 200만원을 기부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병원비를 대신 지불해주는가 하면 크고 작은 나눔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당연히 1300만원의 바자 수익금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재원이었다. 본당 예산의 7%인 자선비도 합쳤다. 그러다보니 지난 한해 2000만원이 넘는 액수가 복지기금으로 집행됐다. 예년에 비해 10배 가까운 성장을 가져온 셈이다. 이런 나눔은 올해도 이어져 지난 5월까지 집행액이 1300만원을 넘어섰고 올 연말까지는 2500만원 정도가 사회복지비로 지출될 예정이다.
나눔을 이어가기 위해 신자들 스스로 사회복지후원금을 조성하고 있는 황성본당은 올해도 바자를 열어 지난해 열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10월 28일 성당에서 열리는 바자에는 젓갈류를 비롯해 수녀원 된장, 생필품, 먹거리 등 다양한 품목이 준비된다. 또한 신자들의 기증품과 함께 찬조와 스폰서를 통해 「작은 나눔」에 동참할 은인들도 찾고 있다. ※문의=(054)771-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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