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선교,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인식이 교회 안에 자리잡아 나간 결과라 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지난해 이미 한국교회 신자수가 400만명을 넘었고 1만명 넘는 본당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60~70년대와 비교해 보면 한국교회가 외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다.
반면 한국교회 내 쉬는 신자의 실태는 어떠한가? 지난해 한국교회 통계 자료를 보면 신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쉬는 신자의 수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도 전체 신자 400여만명중 주일미사 참석자수는 118만2000여명(29%)이고 쉬는 신자는 136만여명(34.4%)이다. 또한 쉬는 신자 중에는 주소확인과 거주미상 비율이 각각 16.7%이다. 특히 주일미사 참여 비율만 해도 지난 3년간 해마다 0.5%씩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쉬는 신자 문제가 한국교회의 커다란 문제로 부각되면서 각 본당들은 잃은 양 찾기 운동 등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쉬는 신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어 교회 차원의 새로운 활로가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젠 각 교구와 본당이 연계해 쉬는 신자의 증가 원인을 분석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쉬는 신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평신도 선교사이자 서울대교구 이향사목부 하인호 차장은 신자 개인적인 원인으로 △시간이 없다(직업관계) △부담스럽다(고해성사 등) △성당에 가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다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교회적인 원인으로 △사제수의 부족으로 인한 신자 관리 미흡 △신 영세자 등 특별관리 대상자에 대한 배려 부족 △소외된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 부족 등을 꼽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원인을 분석해보면 시간이 없다는 신자의 경우, 주로 직장 관계에 기인한 것인데 주일에 쉬지 않고 근무하거나 미사시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부담스럽다고 얘기하는 신자들은 주로 고해성사, 전례, 가정문제, 경제적 생활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중 가정과 경제 생활의 부담에는 혼인 조당, 이혼, 가장의 실직, 부도, 잦은 이사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신앙에 회의가 와서 성당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신자들의 경우엔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성당에 다니지 않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다는 신자들은 사제, 수도자, 대부, 대모, 단체, 구역반, 신자들 순이었고, 신자들 간에는 친교 부족에 기인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적 원인 중에서 사제수의 부족의 경우엔 한마디로 한두명의 사제가 수천명이나 되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책임져야 하는데서 오는 어려움이다.
또 한가지 소외된 이웃에 대한 본당공동체의 관심부족은 초대교회 정신으로 돌아가 사귐, 섬김, 나눔의 삶을 실천해야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데 기인한 것이다.
교회 안이 비슷한 수준의 있는 신자들로만 구성된다면 소외된 이웃들은 위로받기 위해 오는 본당공동체 안에서 조차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쉬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뚜렷한 대안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선교 전문가들은 우선 신자들의 재교육을 강화해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본당 단체의 활성화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본당에서 신자들을 관리할 때 통계적으로 5분류 정도로 나누어 접근하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자들을 나누어보면 열심한 신자, 미지근한 신자, 특별사목 신자, 쉬는 신자, 행불 신자이다.
특히 신영세자, 전입자, 냉담회두 및 행불교적 재발견 신자, 개종자, 외짝교우, 출소자, 장애인 가정 등의 특별사목 대상 신자에게는 각별한 신경을 쏟아야 한다.
본당에서는 이들 특별사목 대상 신자들을 먼저 구역, 반별로 분류하고 이어 기도 후원자와 물질, 봉사 후원자를 선정해 관리 체제에 들어간다.
이때 후원자로 선정된 이들은 특별사목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맛을 느끼며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기도와 정기적 방문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한시적으로 특별사목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신앙생활을 성숙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본당 구역, 반별로 소공동체 모임이 정착되고 있는 만큼, 이 모임을 활성화 시켜 특별사목 신자들의 참석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즉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사귐, 섬김, 나눔의 정신을 체험하고 주님 안에 일치·화합할 수 있다면 특별사목 대상자들이 냉담할 수 있는 장애요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회 관계자들은 이밖에 △신자들의 눈 높이에 맞는 전례와 교육 개발 △신앙 상담소 개설 △독거 노인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 등 쉬는 신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 쉬는 신자 관리 10계명
1. 적당한 때에 방문하여 냉담 원인 제거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그들의 가정을 위해 기도한다(쉬는 신자가 방문을 거부하는 이유와 그가 원하는 바를 파악함)
2. 매월 요긴한 글이나 토막교리, 사제의 편지 등(문서선교)을 보낸다
3. 쉬는 신자의 회두를 위해 구역반별로 체계적인 조를 편성해 지속적으로 기도한다
4. 해당 신자 가정의 경조사 및 실직 등의 어려움에는 구역반에서 힘껏 돕는다
5. 본당에서는 연4회 정도 교중 미사 때 쉬는 신자 봉헌식을 갖고 신자들의 기도 때 특별히 이들 가정을 위해 기도한다
6. 본당 사제나 수녀의 방문이 필요한 신자에게는 이들이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주선한다
7. 고해성사를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주선해준다
8. 성탄, 부활 대축일이나 성당 큰 행사에 쉬는 신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축하카드를 보낸다
9. 신앙상담소를 설치 운영해 쉬는 신자들이 쉽게 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10. 모든 신자는 한 단체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한다
■ 서울 이향사목부 차장 하인호씨
“본당차원 기도운동·정기방문 적극 추진”
신앙상담소 운영·재교육 필요
개신교 새신자 정착교육 실시
▲ 하인호씨
평신도 선교사이자 서울대교구 이향사목부 하인호 차장은 해마다 쉬는 신자의 증가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쉬는 신자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본당 전체적으로 쉬는 신자 회두를 위한 기도운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한 하차장은 이를 바탕으로 본당 실정에 맞게 문서선교 방법과 정기방문 등 적극적인 실천이 펼쳐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앙상담소 운영과 재교육 개설 등의 필요성을 피력한 그는 신앙적인 회의와 갈등으로 성당에 나오지 않는 이들에게 신앙의 참 맛을 느끼게 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앙 교육을 전개한다면, 보다 많은 쉬는 신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서울 옥수동 본당의 사례를 보면 지난해부터 신앙 상담실과 문서 선교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많은 쉬는 신자들을 다시 성당에 불러들이는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본당은 신앙적으로 개인적으로 고민이 있는 신자이면 누구든 쉽게 찾아오고 접근할 수 있게 연중 상담소를 열었고 부활, 성탄 대축일, 영명축일 등에는 축하 카드를 보내는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동안 교회 세미나 등에서 수차례 쉬는 신자 문제에 대해 발표를 해온 하차장은 자신이 만든 「효성의 기찻길」 법칙을 소개하며 침목을 받치는 돌은 본당 신자, 침목은 본당 내 단체들, 레일은 본당 주임 신부의 사목 목표, 기차는 본당 공동체에 비유했다. 이 법칙에서 제시하고자 한 것은 신자와 단체, 사목목표 이 세가지가 제각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잘 조화를 이루고 한몸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당 공동체가 성장하고 쉬는 신자도 줄어든다는 것이 이 법칙의 요지다.
하차장은 또 개신교의 경우 새 신자를 위해 6주, 10주 등의 정착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이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한국 교회도 영세한 신자들을 위한 교육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본당 사제는 물론이고 각 단체회원들, 구역반원들의 지원과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극단적으로 모든 신자들이 본당에서 미사 후 3명 정도와 인사를 나누고 담소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쉬는 신자가 증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많은 쉬는 신자들의 경우 본당에 가도 아는 사람이 없고 서먹해 냉담의 길로 들어선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든 신자들이 한 단체에 가입해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이끈다면 지금보다 훨씬 쉬는 신자가 줄어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