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자들 스스로 교회문화를 아끼고 보존하지 않는다면 누가 소중하게 생각하겠습니까? 그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는 알아야 합니다. 명동성당 벽에 걸려있는 그림이나 순교성지에 있는 문화유산이 왜 한국교회의 보배 같은 것인지 말입니다』
주옥같은 우리의 교회미술을 보호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야말로 문화복음화의 첫걸음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이는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정웅모 신부다. 얼핏 생각하면 정신부가 주장하는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는 맡은 일과 무관한 듯 하지만, 앞으로의 교회를 바라볼 때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정신부는 최근 교회미술을 대중화시킨 장본인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성미술을 꾸준하게 제공해준 예술가들이 있었다면 정신부는 신자들과 예술가들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지난 99년부터 서울대교구 주보를 통해 복음과 관련된 성화를 연재해온 정신부는 대희년을 맞았던 지난해 교회 유일의 화랑을 만드는데 산파역할을 했다. 덕분에 서울대교구 신자들은 주보를 통해서 만나는 성화들이 낯설지 않고, 인터넷 서비스까지 하고 있는 평화화랑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신자들에게까지 다양한 성미술이 소개되고 있다. 성미술의 소개, 화랑개관에 이어 정신부는 지난 10월부터 미술사학자들이 강의하는 성미술 강좌를 열고 있다. 성미술에 대해 점차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신자들에게 배움의 장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성당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합니다. 이같은 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인재들이 양성돼야 하며 재정적인 뒷받침이 이어져야할 것입니다』
현재 교회에는 문화예산항목조차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정신부는 『교세통계나 사제양성지침을 봐도 교회문화를 위한 노력이나 교과과정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성전에서 하늘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제대로 된 성전을 지을려면 교회건축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할 것이며, 신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도 사제들의 의식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신부는 과거 교회가 물질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푼 것처럼, 오늘날 정신적인 가난으로 피폐해진 수많은 신자들을 위해 사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문화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적인 빈곤을 채워줄 수 있는 따뜻한 문화가 있었다면 오늘날 이기주의, 물질주의, 도박, 향락 등 죽음의 문화가 지배적이지 않을 것이라는게 정신부의 주장이다.
성미술을 비롯한 교회문화의 중요성을 피력한 것은 정신부만의 의견이 아니다. 이미 40여년 전부터 바티칸 공의회문헌을 통해, 교황의 메시지를 통해 수없이 강조돼왔지만 잉여가치를 낳는 사목이기에 외면돼 온 것이 현실이다.
정신부는 지금부터라도 사제들의 인식전환과 더불어 전국 각 교구에 문화예술인들부터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는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과거에는 교회가 당대의 문화를 주도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의 문화에 점점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경주의 불국사, 조계종의 문화관 건립, 숭실대 박물관 등 이미 타종교에서는 그들의 소중한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200년의 의미있는 역사를 되돌아보고 보호해야할 것입니다』
주보에 싣는 한 장 한 장의 그림들이 미력하나마 신자들의 의식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정신부는 이제까지 씨를 뿌려왔다면 앞으로는 교회문화의 꽃을 피우고 꽃밭을 가꿔가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가톨릭교회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과 조각공원이 건립됐으면 합니다. 미술관, 영상전시실, 유물전시실, 자료실 등을 갖춘, 신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 교회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는 그런 곳이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신앙선조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후손들에게남겨주는 것이 오늘의 교회를 살아가는 저희들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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