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인간 존재아 본질을 학문적으로 깊이 탐구”
▲ 정의채 신부
이번 미국 테러 사태는 무력으로 승리할 수 있겠지만 그후 문화적 갈등은 오래이고도 심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인류로 하여금 문화의 새 질서를 지향하게 할 신호탄이었습니다. 이제 물질적 부와 최첨단 기술과 자유와 정의의 개념들은 근본적으로 재고돼야 할 시점입니다.
세계를 물량적 힘으로 지배하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지만 이제 본연의 인간성 상실이라는 근본 문제에 부딪쳐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소리 없는 절규를 듣게 되는 것입니다. 테러와 폭력은 근절돼야 하지만 식민지시대 인권 탄압과 착취 위에 자리잡은 정의와 평화 개념은 피압박 민족들이 갖고 있는 폭력과 정의, 평화의 개념과 다릅니다.
지금 테러 반대의 공감대는 있으나 한편 이슬람권과 세계의 지성과 양심으로부터 폭력과 테러의 원인까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분명 새 문명 질서의 신호탄입니다. 이점에서 양측은 다같이 겸허하게 반성해 새로운 삶의 공통 문화를 형성해야 합니다. 정의, 사랑에 뒷받침되는 정의가 실천되기까지 진정한 평화는 없습니다.
이런 역사의 와중에서 가톨릭교회는 본래 세계성이 그 본질이기에 그 어떤 문화나 종교보다도 앞을 열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신학대전」은 이런 역할을 해왔습니다. 공의회에서 이를 놓고 새 교리들을 반포했고 계몽사상, 불란서 대혁명, 산업사회·착취와 식민시대, 공산주의 등을 맞았을 때 교회는 「새로운 사태」 회칙 선포 등으로 진정한 인간 및 사회상을 제시함으로써 공산주의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 후 오늘날 최첨단 기술 문제, 배아 문제에 이르기까지 학문적 수용과 배척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토마스의 하느님관과 창조관, 인간관, 즉 「신학대전」에 근거합니다. 따라서 그 안에는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종말론적, 미래지향적인 요인들이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학대전」사상은 종교 문화들을 생명 존중을 중심으로 융합시켜 인류의 하나의 새로운 생명 사랑의 공통 문화로 승화시켜 갈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문화충돌이 특정 종파나 인물들의 물리적 힘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지만 새 천년의 전반 수세기 동안은 서방 문화와 또 다른 동양의 깊은 종교 문화들간의 정신적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생각되기에, 창조주로부터 주어진 모든 사람의 마음들에 비폭력, 평화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있어 「신학대전」은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무조건 용서하고 화해하자는 구호만으로는 새롭게 전개되는 새 천년 새 과제들을 수습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지금 인류사는 과거의 모든 억압과 착취, 부정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명간의 대 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번 미국에서의 참사가 인류 양심에 새로운 불길을 당겼기 때문입니다.
■ 가톨릭학술상 연구상 / 박문수 씨 수상 소감
“좀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
▲ 박문수씨
보잘 것 없는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해주시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가톨릭연구상」 첫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어 더욱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좀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여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지적, 영적, 문화적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교 3세기에 접어든 우리 한국교회는 가톨릭시즘을 한국 사회와 문화, 한국인의 정신 구조 안에 본격적으로 뿌리내려야 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신심으로 뿐만 아니라 지적, 문화적으로 뿌리를 내릴 때 비로소 참된 한국 가톨릭교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 학문 뿐만 아니라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영역들에 대한 연구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들어서 평신도들 가운데 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앞으로 지적, 문화적 토착화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정작 일할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평신도 신학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공부한 분들을 교회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원하고 이미 공부를 마친 분들에게는 교회 안에서 필요한 연구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자질을 갖춘 분들에게는 신학교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가톨릭학술상의 범위를 더욱 넓혀 교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도 격려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학술상의 더욱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 안톤 라우셔 신부 격려사(독일 가톨릭 사회과학연구소장)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서 ‘인간존엄’ 근거 찾을 수 있어”
▲ 안톤 라우셔 신부
평화, 정의, 공동선, 인간의 존엄성, 인권, 사랑 등의 개념은 종교나 사상의 차이와는 관계 없이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 안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설득되고 정당하게 수용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종교인들이든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된 언어, 가치, 진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은 바로 이러한 기본 가치에 연결되어 있으며 바로 이것이 보편성을 지닌 가톨릭 사상과도 깊은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특별히 중요한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입니다. 고대와 중세에서 자연법은 곧 인간의 본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인권 존중의 정신 역시 인간 본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가톨릭의 사회 이론은 인간 본성 속에서 그 근거를 발견합니다. 따라서 그것은 모든 개인과 사회, 민족, 국가에 공통적으로 유효한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는 「보편적」 즉 가톨릭이라는 말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사회이론은 가톨릭, 그리스도교 신자 뿐만 아니라 모든 선의의 사람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질문이 토마스의 주요한 탐구 대상이었습니다.
구약성서는 인간을 당신의 모습대로 만드셨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 존엄성과 인권의 근거도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우리는 바로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 심상태 신부 축사(한국 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평신도-성직자 함께 발전해야 한국교회 성숙해 질 수 있어”
▲ 심상태 신부
그동안 정신부님은 신학 과업을 철학자의 입장에서 수행해왔으며 「신학대전」외에도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을 동양 사상과 연계시키는 노력을 조용히 그러나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신학대전」의 완역을 통해 우리는 토마스의 사상과 동양사상이 창조적 교류를 이룸으로써 가톨릭 사상을 완성하는 대업을 이루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올해 신설된 가톨릭 연구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문수 박사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평신도들의 위상은 약해져 있습니다.
가톨릭학술상을 가능케 한 것도 역시 성직자가 아니라 평신도 신학자의 유가족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수상자는 모두 성직자였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평신도와 성직자 모두가 발전을 해야 한국교회는 더욱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평신도 신학자 양성에 대해 새삼 생각하고 이들이 수학 후에 더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한국교회가 제 3천년기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교회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시상식 이모저모
“평신도 수상자 탄생 큰 기쁨”
⊙…이날 시상식에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기간 중이라서 다른 주교들은 참석하지 못했으나 윤공희 대주교가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윤대주교는 시상식 중간 간단한 인사말을 통해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윤대주교는 지금까지 가톨릭학술상 수상자가 모두 성직자였음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특별히 「올해는 평신도가 함께 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 뜻깊은 자리가 됐다'며 한국교회의 학문이 더욱 발전해서 '더 많은 평신도 신학자가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 가운데에는 교회내 인사들은 물론 학계와 정계의 요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축하 화분을 전달했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비롯해 이수성 전 국무총리, 민주당 정동영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명이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시상식에 앞서 고 양한모 선생이 타계한지 10년을 맞아 수상자인 정의채 신부, 이용길 사장신부, 운영위원인 오태순 신부(서울대교구 역삼동본당 주임) 등의 공동 집전으로 추모미사가 거행됐다. 오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내 일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신 분」이라고 회고하면서 「고인의 정신과 발자취를 기리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다시 하늘나라에 계신 고인께 전해 드린다」고 말했다.
▲ 제5회 가톨릭학술상 수상자와 심사위원, 본사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홍윤숙씨, 윤공희 대주교, 정의채 신부, 박문수씨(왼쪽부터)가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 내빈 명단(무순)
윤공희 대주교
최창화 신부(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유봉준 신부
한정관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박홍 신부(전 서강대 총장)
심상태 신부(한국 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조광호 신부(들숨날숨 편집인)
김민수 신부(서울대교구 신수동본당 주임)
김도영 신부(서울대교구 녹번동본당 주임)
하형민 신부(평화신문 주간)
이관진(한국평협 고문·한국샤프 회장)
여규태 회장(한국평협)
이회창 총재(한나라당)
이상주 실장(청화대 비서실)
이수성(전 국무총리)
선우중호 총장(명지대)
조규철 총장(한국외대)
정지태(전 한빛은행장)
박관용 의원(한나라당)
최병렬 의원(한나라당)
진교훈 교수(서울대)
문용린 교수(서울대)
고흥길 의원(한나라당)
정병국 의원(한나라당)
이진협(매일신문 서울지사장)
홍순흥 수녀(성바오로딸 수도회 관구장)
박정미 수녀(성심수녀회회, 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한홍순 교수(한국외대)
전재희 의원(한나라당)
정동영 의원(민주당)
남경필 의원(한나라당)
이윤자(평화신문 편집국장)
강주희 부회장(서울평협)
김규영(학술원 회원)
김춘호(제삼기획 사장)
김영걸 감독
이경복(수맥돌침대 대표)
▨ 축하 전문·화환 증정자 명단(무순)
김대중 대통령
오지영 신부(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이한택 신부(서강대학교 총장)
김진소 신부(호남교회사 연구소 소장)
오창선 신부(가톨릭대학교 총장)
김도영 신부(서울대교구 녹번동본당 주임)
여규태 회장(한국평협)
이회창 총재(한나라당)
남궁진 장관(문화관광부)
천용택(국회 국방위원장)
조규철 총장(한국외대)
이덕훈 행장(한빛은행)
정동영 의원(민주당)
박광순 회장(한국가톨릭경제인회)
류덕희(전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경동제약 대표)
이경복(수맥돌침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