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현재 성인 5명중 1명이 알코올 중독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우리 사회에 아무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알코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삶의 저변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알코올 사용장애 측정 기준」에 따라 적정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개인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시피 하는 현실은 곧 가정의 파탄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본지는 알코올중독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는 점에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알코올 관련 기획을 3회에 걸쳐 싣는다.
「가족마저 포기한 한 명의 알코올 환자를 치유하는 길은 잘못된 의료제도와 관행을 고치고 일반의 의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일본의 알코올중독자 치료재활 모델과 복지활동을 견학하기 위해 지난 10월 14∼18일까지 4박5일 동안 일본을 방문한 알코올 관련단체 대표들이 모아낸 인식은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선 한국교회의 알코올사목이 지녀야 할 원칙과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보여주었다.
가톨릭알코올재활단체협의회(회장=선우경식)가 주최한 이번 견학은 가톨릭알코올상담센터를 비롯해 광주알코올사목센터(센터장=정해영 수사), 성안드레아신경정신병원(병원장=양운기 수사), 요셉의원 등 교회 내 알코올 관련단체와 한국음주문화센터 산하 서울알코올상담센터(센터장=조현섭) 등 교회 안팎의 10여개 단체에서 20여명의 대표들이 참가, 알코올사목의 현실을 새롭게 발견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 기간동안 참가자들은 알코올문제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국가의 의료복지 구조를 비롯한 사회구조 개선 과정에서 제 몫을 찾아 나가기로 뜻을 모아냈다.
방문단은 10월 15일 오후 일본 후지시에 위치한 「성명병원(聖明病院)」방문을 시작으로 동경의 「메리놀알코올센터(Marynoll Alcohol Center : MAC)」, 「국립 구리하마병원」등의 견학을 통해 중독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식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사회복지 현황을 살피고 알코올중독자를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존재하는 일본의 현실을 확인했다.
일본 최고 권위의 알코올중독자 치료기관으로 손꼽히는 성명병원은 경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통원치료를 비롯해 개방병동치료, 폐쇄병동치료 등 3단계 치료방법을 통해 다양한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 만성환자만을 대상으로 알코올정책을 펴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정책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1963년 설립 당시부터 환자가 원하는 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자유입원제」라는 획기적 치료법을 택하고 있는 구리하마병원에서는 외래클리닉을 비롯 주간보호센터, 지역사회연계 프로그램, 연구 및 전문가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울러 이들 병원은 「가족회」라는 공식 조직을 둬 가족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이 의사와 상담하고 환자 치료에 동참하도록 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이유로 이들 병원에서는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병원들은 치료 후 재발 방지를 위해 알코올의존자들이 A.A.(Alcoholics Anonymous: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멤버들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퇴원 후에도 A.A.모임을 통한 지속적인 집단치료를 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우리 교회가 알코올사목의 모델로 삼고자 하는 일본의 「중간집(half way house)」이라 할 '메리놀알코올센터 견학은 한국교회의 시작이 결코 늦은 것이 아님을 깨우쳐 준 시간이기도 했다.
알코올중독자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의존성」을 없애기 위해 주간보호센터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정해진 시간안에 공동작업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알코올중독을 경험한 바 있는 회복자를 치료 및 재활과정에 스텝으로 함께 하도록 해 사회사업가는 물론 관련기관과 적극 협력하도록 한 시스템은 적잖은 시사점을 제공했다.
이같이 병원을 중심으로 재활상담센터와 지역복지관, 사회사업가(Social Worker), A.A.멤버 등이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치료 계획의 수립과 시행이 생활공간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견학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 일본 메리놀알코올센터(MAC)
재활 프로그램 등 알코올 사목 비전 제시
「메리놀알코올센터(Marynoll Alcohol Center : MAC)」는 지난 1975년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존 미니 신부가 A.A.모임의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비롯됐다.
이후 메리놀 외방전교회 일본지부는 일본 곳곳에 MAC를 설립해 알코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중독자와 그의 가정을 도움으로써 일본사회에서 알코올사목이 뿌리내리는데 큰 몫을 해왔다.
MAC의 프로그램은 대체로 알코올중독자가 「억압된 자아」와, 「버림받은 느낌」에서 해방되도록 함으로써 알코올중독으로 파생될 수 있는 우울증, 공격성, 공포감, 무기력감, 허무감 등에서 벗어나도록 하는데 1차적인 주안점이 있다.
아울러 A.A. 멤버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내적 변화를 이끌어내 영적 변화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신과의 만남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알코올 회복자들이 신께 의지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MAC에서는 A.A.의 멤버가 상담원으로 활동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같은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MAC는 알코올중독자들의 자조모임의 한 형태로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치료 모습을 보여줘 우리 교회가 도입하려고 하는 '중간집(half way house)'의 모델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MAC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단주를 원하는 이들이 자조적으로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며 공동작업 등을 통해 자신들의 현실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는 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교회가 펼쳐야 할 재활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모습 등 알코올사목의 미래를 엿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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