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의 사목은 노보시비르스크와 상뜨베쩨르부르그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사목을 시작하였다. 한국 관구는 2000년 1월 관구회의에서 북방선교의 일환으로 선교사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현재 동부 이르쿠츠크 감목구 지역에서 새로운 공동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형제회는 러시아 교회의 재복음화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러나 또한 러시아의 재복음화와 함께 아직 하느님의 말씀이 생명의 말씀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나누기 위해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선교사들이 필요하며, 우리에게 연해주로 알려진 러시아 동쪽의 도시들인 하바로프스크와 블라디보스톡, 우수리스크 지역을 중심으로 나눔을 하고 싶다.
현재 연해주에 가톨릭 성당이 있는 곳은 하바로프스크와 블라디보소톡 두 지역뿐이다. 이들은 교회와 국가로부터 공식적으로 등록된 곳이다. 러시아에서는 가톨릭 성당이 종교 활동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에 등록되어야 한다. 이 지역에서 가톨릭 신앙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한인들의 사목에 관심이 요청된다.
이곳 동부 러시아에서의 한인의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연해주에 거주하는 이들은 한국에서 온 사업가와 학생들, 북쪽에서 넘어 온 벌목공들과 탈북자들, 러시아 땅에서 태어난 고려인들,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주민들 그리고 중국에서 장사하기 위해서 온 조선족들. 이들은 한국어가 모국어였던 한 핏줄로 하나이면서도 5개의 서로 다른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다.
먼저, 러시아의 재복음화와 특정한 민족만을 위한 사목을 위해서는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하는 것이 이곳 교회의 분위기이다. 특정한 민족만을 위한 사목을 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든다면, 폴란드 인들이 많은 지역에 폴란드 신부들만이 사목할 경우, 러시아 사람들은 그곳 성당을 「폴란드 성당」이라고 말하지, 가톨릭 성당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먼저 러시아 언어를 습득한 후, 지역 교회에 뿌리를 내리는 사목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사목의 방향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 한인들을 위한 사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양한 형태의 삶을 지닌 한민족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다양한 사목 방향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한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3개로 나눌 수 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고려인들과 중앙 아시아에서 온 이주민들, 그리고 중국어를 사용하는 조선족들.
그 중에서도 연해주 지역에서 강제로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중앙 아시아로 내밀려 죽음의 언덕 위에서 삶의 고난을 이겨야 했던 이들. 그러나 다시 소련의 붕괴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연해주로 돌아와야만 했던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러시아에서 삶의 뿌리를 내린 고려인들에 대한 사목이 필요하다.
또한 이곳에서의 독톡한 사목 형태가 되리라고 생각되는 것 중의 하나는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온 한인들이다. 이들은 주로 「중국시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장사를 한다. 이들의 가족들은 모두 중국에 있다. 이들을 위한 사목은 특히 소외되기 쉬운 경우이다. 이들은 장사를 위한 러시아어 이외에는 러시아 문화에 동화되지 않으려고 한다. 중국어와 함께 한국말을 사용하는 이들을 위한 사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들이 러시아에서 일을 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신앙 생활을 한다면, 이들을 위한 사목은 곧 중국 교회를 위한 직접적인 사목이 될 수 있다. 이들은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사업가들과 학생들을 위한 사목의 필요성은 무엇보다도 러시아 언어로부터 오는 어려움 때문이다. 또한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사목은 무엇보다도 사랑이 요청된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광대한 나라이며, 가톨릭 신앙이 다시 시작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에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나라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이 지역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질 때다. 특히 연해주를 비롯한 동부 러시아 지역은 한민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이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많은 신자들의 따뜻한 애정이 필요하다. 우리의 관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선교가 시작될 때 러시아 교회는 활기를 가질 것이고, 복음은 동토의 땅에서도 한 송이 꽃을 피울 것이다. 동토의 땅에도 봄이 서서히 오고 있다.
현재 이르쿠츠크 감목구에서는 작은 형제회(프란치스꼬회) 사제1명과 수사1명, 서울 대교구 사제 2명, 한국 외방선교회 사제 2명과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 4명이 사목을 위한 준비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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