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 130만명, 사회적 비용 연간 10조원, 청소년과 여성 비율 지속적 상승, 서울대교구 일선 사목자 중 72.7%가 심각성 인식…」 알코올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주는 이같은 지표가 교회 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일제의 우민화 정책과 술에 관대한 사회적 관념을 업고 확대재생산되어 온 알코올문제가 평생 무거운 정신적 후유증을 남기는 가족·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근래다.
이런 알코올문제를 중심으로 한 알코올사목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25일 교회 내 15개 알코올 관련단체가 '가톨릭알코올재활단체협의회'를 창립하면서였다. 알코올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시키고 재활사업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한 알코올재활단체협의회의 출범은 교회는 물론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 단체의 창립은 수십년간 가정과 사회에서 방치되다시피 하던 알코올중독자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는 교회 내적으로는 알코올문제에서 파생되는 가정문제, 아동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사목모델을 고민케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아울러 알코올 재활프로그램이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의 현실에 적잖은 자극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실정에 맞는 「지속가능한」 대안적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내오기에는 축적된 역량이 부족한 현실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의 활동을 통해 교회 알코올재활단체들은 기존의 「병원 수용 일변도」의 알코올중독자 재활치료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재활단체들은 본당을 포함한 지역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재활치료의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를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알코올재활단체들은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프로그램」 개발이 알코올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 단체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활센터 설치 △치료, 재활 프로그램간의 연계성 및 전문성 향상 △예방에서 재활까지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연계망 구축 등을 재활서비스의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턱없이 부족한 △알코올중독 전문가 양성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재활모형 개발 등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뜻을 담아낼 틀이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해 이에 대한 고민과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알코올중독자들의 자조모임인 A.A.(Alcoholics Anonymous :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한국연합단체에 속한 전국 그룹모임의 숫자도 80여개를 넘지 못하고 「술로 고통받는 가족들의 모임(Al-Anon)」도 국내 전체를 통틀어 50여개에 지나지 않아 알코올로 인한 고통을 담아내기에는 상당한 한계와 어려움이 있는 현실이다.
또한 교회 차원의 관심과 투자가 부족한 것도 알코올사목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실제 투자에 비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미미한 알코올 재활분야에 대한 교회의 지원은 거의 미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알코올중독자가 술을 끊는 생활에 익숙하려면 적어도 9∼15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데다 금주생활의 첫 15개월 이내에 대부분의 재발이 발생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술을 끊으려면 최소 2∼3년동안 재발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데 따른 것이다.
가톨릭알코올재활단체협의회 선우경식 회장은 『알코올치료 및 상담전문가의 수가 극히 적고 양성과정도 상당히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자원봉사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과 예방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 A.A.(Alcoholics Anonymous)란?
음주문제 지닌 이들의 세계적 모임
경험·힘·희망 나누며 단주에 합심
A.A.는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의 약칭으로 음주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세계적인 모임이다.
A.A.는 1935년 미국 애크론에 와 있던 뉴욕 출신의 한 사업가가 몇 년 동안의 노력 끝에 술을 끊는데 성공한 후 다른 알코올중독자를 찾아 나선 게 계기가 되어 시작됐다. 1939년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이란 책이 발행되었는데, 이 책의 제목으로 단체의 이름을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술을 끊겠다는 열망을 지닌 협심자들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알코올 의존자들이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되도록 돕기 위해 모인 A.A.는 서로간에 경험과 힘과 희망 등을 나누며 다른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을 끊도록 도와주는 것을 근본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A.A.는 어떠한 종교나 정치와 조직 혹은 학회와도 동맹을 맺지 않고 자신들의 기부금으로 자립하는 비직업적이고, 자주적이며, 다인종적인 모임으로 나이나 학력을 불문하고 어느 지역에서든 집회가 가능하다.
음주문제에 대해 무엇인가를 원하는 어떤 사람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는 A.A.의 멤버는 어떤 종류의 술이든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며, 중요한 것은 혼자의 힘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문제를 끌어내 다른 알코올중독자들과 함께 의논한다는 점이다.
A.A.는 1995년 현재 세계적으로 140여개 나라에서 병원이나 교도소 요양원 등을 포함한 8만9000여 지역 단위 그룹에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규모는 지역 내의 크기에 따라 몇 명에서 수백명에 이른다.
1949년 미국 정신병리학회에서 인정을 받은 A.A.는 1950년 6월 A.A. 15주년을 맞아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시에서 첫 국제회합을 개최한데 이어 정례적으로 국제회합을 열어오고 있으며, 오는 11월 2∼4일까지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미국 일본 러시아 등 15개국의 A.A.멤버와 치료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0회 「A.A. 국제컨벤션」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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