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혼란과 개혁시대에 일어난 영성
2)사도적 생활 : 사제들의 공동생활
원래 의전 사제들의 기원은 성 아우구스티노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인은 원래 관상생활(vita contemplativa)과 활동생활(vita activa)보다는 혼합생활(vita mixta)을 선호하였다.
무슨 뜻인고 하면, 하느님 안에서 보낸 기도의 결과를 사도직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이상적인 삶이라고 본 것이다. 사실 성인은 대단한 활동가였다. 강론과 집필에 몰두한 그는 그 힘을 기도에서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상적인 삶은 잠시 빛을 보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11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그의 정신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시대 의전 사제들의 삶(vita canonica)과 규칙은 단적으로 말해서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규칙서에 근거하고 있었다.
이 삶은 교구 사제들에게 공동체 안에서 특별히 검소한 삶을 살도록 요구하였다. 물질과 부는 인간의 삶에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만 지나친 부는 인간을 병들게 한다. 더구나 수행에 힘쓰는 이들은 부의 위험에서 떠나야 한다. 그러므로 검소한 삶과 물질까지도 함께 나누는 공동체 정신이 강조되었던 것이다. 성 아우구스띠노의 정신은 이상적으로 말해서 사랑의 완성에 있었다. 사랑의 완성이란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하느님 안에서 오직 한 마음과 한 정신으로 일치하여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것을 위하여 여러분은 함께 모여왔기 때문입니다". 9세기와 11세기 사이에 이러한 형태의 삶은 쇄신의 한 형태로 교구 사제들에게 제시되고 요구되었다. 1059년 로마에서 개최된 지방 공의회는 사제들의 가난한 삶은 초대교회의 모습을 본받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여기에 대하여 성 베드로 다미아노는 이렇게 강조하여 말하였다. "의전 사제들의 규칙은 사도들의 삶의 규범을 모범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해진 규칙을 정확히 지키는 공동체는 교회의 첫 번째 모습을 모방하는 것입니다"이 시대의 대표적인 한 인물은 성 노르베르또이다. 그는 쾰른 교구사제였는데 1115년 조용한 곳으로 물러나 기도와 엄격한 생활에 몰두하면서 수행에 힘썼다. 어느 정도 수덕생활에 정진한 후 그는 사방을 순회하면서 설교를 통해 성직자들과 평신도들의 해이해진 윤리생활을 쇄신시키려고 노력하였다. 라온(Laon)주교의 요청에 의해 쁘레몽뜨레에 사제와 평신도들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어 기도와 극기와 육체노동에 힘쓰게 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들을 쁘레몽뜨레회라고 불렀다. 그러던 중 막데부르그의 대주교가 되어 교구를 쇄신시키고 북부 독일의 선교에 힘썼다. 귀천하기 전에 불란서와 영국에는 이미 쁘레몽뜨레회 공동체가 생겨 관상생활과 사제직무를 함께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관상에도 활동에도 기울어지지 않고 두 가지 형태의 삶을 종합한 혼합생활을 하였다. 이들은 사제들의 성화를 최종 목표로 삼고 수도자다운 생활을 하였던 것이다.
성 노르베르또는 13세기 탁발수도회들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쁘레몽뜨레회원들은 어떤 점에서 탁발수도회보다도 관상생활에 충실한 수도자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들은 공동체 안에서 성무일도 외에도 성모 소성무일과를 바쳤고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와 전례거행 외에도 묵상과 수도원 안에서 육체노동과 지적 연구에 시간을 할애하였기 때문에 수도원 밖으로 나갈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들은 가능한 한 성 아우구스띠노의 규칙을 자의적으로 따르려고 노력하였으나 그들의 법령에 의하면 삶의 형태가 시스떼르씨안 수도회와 더 유사하므로 엄격히 말해서 성 베네딕도의 규칙을 따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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