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방 최초의 종합적 역사책인 열왕기는 왕조사라기 보다 차라리 왕들과 왕국의 평가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열왕기를 마무리하면서 종교적 안목의 그 가르침을 보고자 한다.
열왕기에서 계속 다윗을 선한 왕으로, 여로보암을 악한 왕으로서의 표준으로 삼는 것도 바로 이 왕들의 참된 신과 거짓 신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열왕기 저자는 이러한 잘못을 실증적인 역사로 제시하면서 모든 이방 종교, 혼합 종교의 위험을 멀리하고 유배 이후에 일어난 이스라엘 재건에 이바지하려고 했다.
야훼께 대한 순수 신앙을 강조하는 열왕기가 특별한 위치를 부여하는 인물은 다윗이다. 다윗은 주님의 충실한 종으로서 모든 왕들이 본받아야 할 이상적인 인물이며 평가의 기준이다(솔로몬 : 1열왕 15, 11 요시아 : 2열왕 22, 2).
이렇게 다윗을 표상으로 내세우는 밑바탕에는 다윗의 야훼께 대한 충성도 있었지만, 특히 나단 예언자를 통하여 그에게 내리신 하느님의 약속, 계약이 크게 작용한다(2사무 7장). 나단의 예언은 열왕기 전체에서 맥을 이루고 있다.
특히 나단 예언자를 통한 다윗 가문의 영속성 속에 나타난 계약의 진실성이 이 전승사의 절정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예루살렘 성전의 유일성을 부각시키는 가운데 야훼 신앙의 순수성을 보존하게 한다. 왜냐하면 여러 지방 성소에서 거행된 예배는 백성들을 가나안 종교에 물들게 하고, 이방신과 야훼를 혼동케 하는 계기가 됨을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분이신 하느님, 하나의 성전, 하나의 백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을 그토록 중시하는 저자에게는 단과 베델에 성소를 세운 여로보암의 죄가 클 수밖에 없다. 여로보암은 바로 이 때문에 열왕기에서 스무 번 이상이나 단죄 받는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의 제사 규정을 어긴 잘못은 그 자체로 악한 왕으로 간주될 만큼 큰 죄악이었다.
열왕기는 신명기 율법과 요시야 개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예배의 중앙집중화를 강조한다. 그래서 왕들에 대한 평가에서도 예루살렘과 성전이 큰 몫을 차지한다.
예루살렘의 성전은 영원히 백성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의 표징이며, 그 표징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실현되었다(요한 1, 14).
그리스도를 통해 새로운 이스라엘이 되게 한 우리를 하느님의 성전으로 받아주신(1고린 6, 19)분은 약속에 성실하신 하느님이시다.
열왕기는 왕조시대에 크게 활동한 엘리야, 엘리사, 아모스, 이사야 , 예레미야 등의 예언자들의 메시지와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예언자들은 하느님께 대한 순명과 사랑에 기초를 둔 진실한 마음의 종교를 주장했다. 그들은 왕이나 백성들에게 율법에 순종할 것을 호소하고, 그 준수 여부에 따라 주님의 보호와 징벌을 예고하며 이 예고는 그대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성전 건립과 제사, 우상 숭배등 종교적인 문제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만 열왕기 전체가 바로 이 종교적 역사관을 전하기 때문에 정치, 윤리 등의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외적 예식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으나 예언자들은 외적 의식만을 중시하는 가짜 종교를 배척하였다. 예언자들의 가르침 속에는 강렬한 영성이 깃들어 있어서 모세 종교에 훌륭한 공헌을 한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경배함으로써 구원의 시기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해 주었다.
이러한 종교적인 가르침은 이 말씀을 들은 동시대인들에게 필요했던 것과 똑같이 현대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가르침이다.
우리는 그동안 전기 예언서를 통해 하느님과의 계약에 충실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의 삶 안에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마태3, 15)』 하느님 나라의 생명을 키워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요, 우리의 사명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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