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기 세계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제10차 정기총회가 9월 30일부터 10월 27일까지 한달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주교직을 주제로 한 이번 정기총회는 1990년부터 평신도, 성직자, 수도자 등 교회 각 계층을 주제로 열린 일련의 주교시노드를 총결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주교의 역할과 정체성, 영성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와 함께 「가난과 친교」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한국대표로 참석한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를 만나 이번 정기총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들어보았다.
최창무 대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교시노드는 사회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의 소명에 대해서 깊이 논의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먼저 이번 총회에 참석한 소감과 분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요.
▲ 이번 총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마무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교직」을 주제로 한 회의였기에 무엇보다 주교직무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주교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특히 꼼무니오(Communio)와 미시오(Missio)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꼼무니오란 하느님 백성들이 일치하는 친교의 삶을 사는 것을 뜻하고, 미시오란 성자를 파견함으로써 성삼의 신비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도록 한 성부의 뜻을 따라 교회도 사도단을 구성해 성자의 파견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이어받아 사도단을 구성했고, 이 사도들은 보조성의 원칙에 의해서 일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주교는 곧 사도들의 후계자이며, 백성들을 위해서 뽑힌 사람인 것입니다(히브 5, 1∼4).
- 이번 총회의 의미와 성과는 무엇입니까.
▲ 이번 총회에서 주교직 뿐 아니라 전례, 동방교회, 영국성공회, 개신교 등 갈라진 교회의 모습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교회가 사회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과 희망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자리였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교회는 꼼무니오와 미시오 안에서 진정으로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참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베드로 수위권 문제와 사도의 위치 등이 깊게 설명되고, 해석돼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갈라진 교회 간의 일치의 전망도 구체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세계주교시노드가 갖는 의미라면, 교회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고, 희망을 주며 사느냐하는 것을 깊이 묵상, 재확인해 보았다는 것입니다.
- 주교님께서도 이번 총회에서 발표를 하셨을텐데, 어떤 주제로 말씀하셨습니까.
▲ 10월 6일 '지역 교회 안에서 주교들의 소명에 대해서(Being Bishop of the Local Church)' 발표를 했습니다.
5가지 소주제로 나눠 얘기를 했는데, 특히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의 역할과 교회를 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는 순교영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즉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 스스로가 세상에 희망을 주는 선포자 역할을 해야하고, 교회를 위해서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아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아시아 교회가 작고 약하지만,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해주시기로 약속하신 주님을 믿고 그 믿음 안에서 희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이번 총회에서 주로 논의된 「복음적 가난의 실천」과 관련해 한국교회가 쇄신되어야할 점은 무엇입니까.
▲ 이번 시노드에서는 주교들이 세상을 위한 복음의 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가난과 친교」의 삶을 살아야한다는데 논점이 모아졌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가난을 영성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스도 신비체가 교회라면 가난은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특히 교회 머리의 상징인 주교는 청빈과 나눔의 삶을 살아야합니다. 또한 지역뿐 아니라 가난한 교회와 함께 나누고, 주어진 모든 것을 하느님 뜻대로 구원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박탈과 부정부패 등 사회 정의를 그르치는 이기적인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주어진 모든 것을 내것이 아니라 주님께 위탁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반성과 겸손이 따를 것입니다.
한국교회도 오늘날 이기적인 모습들을 반성하고, 세상과 함께 하는 가난한 교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특히 지역교회와 보편교회 간의 관계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 어떤 의견들이 모아졌습니까.
▲ 각 나라에 주교회의가 있고, 각 지역에 관구가 있듯이 주교직도 개개인이 아닌 교황과 함께 사도단을 맺어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개인은 물론 관구, 주교회의 나아가 국가, 대륙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는 기틀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뿐 아니라 갈라져나간 형제와의 재일치를 위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시노드를 통해 교황의 위치와 교황청의 역할에 대해 심도있게 얘기를 나눴는데, 지역교회의 교구 및 본당과의 관계, 소단위 지역교회와의 연계성에 대해 새롭게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이번 총회 가운데 인상깊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 처음으로 참석한 자리였기에 만남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함께 한 자리에서 신앙과 사도직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긴 일정 가운데서도 특별히 인상깊었던 것은 항상 모든 전체회의에 참석해 온 힘을 다해 앞장서 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모습입니다.
- 끝으로 이번 총회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갖는 연계성 및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요.
▲ 이번 주교시노드는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함께 주교단, 주교직 문제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논의한 자리였습니다.
회의 결과, 1990년부터 논의해온 평신도, 성직자, 수도자 문제를 총화시킬 수 있는 주교직에 대해 살펴보고 교황에게 67개항의 건의안을 제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신학적으로 마무리하고 21세기를 준비하는 교회의 사명을 다짐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사진말 최창무 대주교는 『이번 시노드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신학적으로 마무리하고, 21세기를 준비하는 교회의 사명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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