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성미술에 대한 인식 및 관리부족으로 문화적 손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가톨릭 예술인 및 교회관계자들로부터 '가톨릭현대종교미술관(가칭)'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가톨릭미술가회(회장=최종태, 지도=장익 주교)는 10월 31일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예방하고, 가톨릭교회 문화유산을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 혹은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제의했다.
원로작가 김형구(루까·가톨릭미술상 운영위원) 선생, 한국미협 김형주(이멜다) 부회장과 함께 정대주교를 예방한 최종태(요셉·서울대 명예교수) 회장은 『교회미술사 뿐 아니라 한국미술사에 업적을 남긴 예술가들이 지난 1세기간 수많은 성미술품을 제작해왔으나, 교회 내에 체계적으로 보관돼 있지 않아 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기 어렵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이에 교구내 평화화랑을 개관하는 등 문화복음화에 관심을 가져온 정대주교는 『지난 100년 동안 쌓아온 정신문화의 산물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은 절대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교회미술의 현주소
현재 한국교회는 미술계 거장들이 포진해 있는 반면, 이들에 대해 예술적인 배려나 교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박해시대 이후 교회 내 척박한 문화 속에서도 가톨릭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성미술을 제작해왔던 초기 미술인들은 현재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의 초석을 만들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미협은 30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종교적 심성을 담은 성미술품을 꾸준하게 만들어왔고, 고급 인력을 배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만들어진 성미술품들은 전국 성지 및 교회, 개인소장 등 뿔뿔이 흩어져 보관돼 있다. 덕분에 예술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신자들은 가톨릭 성미술의 역사는 물론 1세기 동안 만들어진 정신문화를 한눈에 볼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장익 주교는 『종교성이 반영된 고귀한 예술적 표현은 신앙의 토착화를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잣대』라면서 『신앙 안에서 자기반성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가톨릭 신자들의 예술작품은 교회뿐 아니라 문화사적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또 장주교는 『현재 많은 작가들이 교회에 작품을 희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이를 한자리에 모은다는 것은 아주 뜻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현대종교미술관(가칭)」의 건립 필요성은 아시아 교회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술관이 건립된다면 세계교회 내에서 유일하게 수천명의 미술인들이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거점으로 아시아교회 미술을 한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교황 바오로 6세 및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미 예술인들에게 해온 연설과 서한을 통해 성미술의 중요성과 예술인들의 역할을 강조해온 것처럼 현재는 한국교회의 보배같은 문화를 보존해야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 관계자들은 우선 미술관 건립 필요성에 대해 교회 내 모든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술관 건립을 위한 실천적인 과제를 신중히 점검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계자들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심도 깊은 논의를 끌어내고, 교회, 미술가, 정부차원에서 모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정웅모 신부는 『미술가들 스스로 한국 교회미술의 텃밭을 일구고, 후대 신자들과 예술인들을 위해 미술관건립을 제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마운 일』이라면서 『정신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의 세기에 이같은 문화공간의 건립은 교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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