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자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사형수가 되고 나서야 진정한 삶을 알게 됐습니다』처음에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방황했고 다른 재소자들의 눈길도 자신을 절망하게 했다. 그러나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사형수 요셉은 이제는 장애인 재소자의 방에 가서 그들의 손발이 되어 봉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얼마전 김수환 추기경이 서울구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7명의 사형수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삶에 대한 그 끈질긴 인간 본능조차도 끊어버린 듯 담담하고 초연한 모습이었다.
결코 아름다운 삶은 아니었을 이들의 지난 시간들. 사회와 이웃을 적으로 삼아 온갖 흉악한 행위를 저질렀고 그 대가로 생명을 박탈 당해야 할 처지였지만 막상 사형을 언도 받고 난 뒤 그들의 모습은 수도자를 닮아 있었다.
하느님께서 용서하십니다
김추기경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비로소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죽는다면 얼마나 불행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용서받는다는 희망이 없었다면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는 비참한 삶이었을 것입니다』(프란치스코).
『하느님께서는 어떤 죄인이든 용서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사실을 믿습니다. 그것은 유일한 희망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죄인입니다. 제가 해를 입힌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김 라파엘).
더 이상 이들은 사형이 집행돼 자신의 생명이 박탈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특사가 있어서 사형만은 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고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정 프란치스코라는 한 사형수는 어느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매일매일 죽음과 마주 앉아 두려움을 삭혀야 하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합니다. 이 풍요로운 삶과 예전의 방탕했던 삶을 바꿀 만큼 현세의 삶에 집착하고 싶지 않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0월 25일 서울 구치소를 방문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교도관들에 따르면 사형이 확정된 직후의 사형수나 사형 판결을 확신하는 미결수는 자살충동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극도의 긴장과 분노 상태에 빠져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단계가 지나면 대부분의 사형수들이 종교에 귀의해 교화를 받으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고 서서히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체념과 달관의 경지에까지 이른다.
교도관들은 『사형수의 99%가 독실한 종교인이 된다』고 증언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사형수의 절반 밖에 알지 못하고 그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범으로만 비난할 뿐 죄를 씻고 또 씻어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화돼 있는 「돌아온 탕자」의 모습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오랫 동안 사형수를 교화하는 일을 했던 한 수녀는 자신이 교화를 맡아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사형수들이 결국은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자 극도의 상실감에 그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 2천여통을 모두 불태웠다고 한다.
사형수들은 종교생활을 통해 급격히 변한다. 지존파 두목도 결국 죄를 뉘우치고 집행날 동생들의 선처를 부탁한 뒤 죽어서는 시신을 기증했다. 사형수들은 대개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변화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종교적인 확신을 얻게 되면서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원망과 분노는 오히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는 신념으로 바뀐다.
막상 사형수가 교도소 안에서 새로운 삶에 눈뜨고 기쁨으로 충만해질 때면 드디어 형이 집행된다. 가장 악할 때 저지른 죄악을 사형수가 되어 씻어내고 또 씻어내어 평생을 통틀어 가장 선한 마음을 갖게 될 때 생명을 빼앗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