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사목 방향금은 열심히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릴 때입니다. 뿌리가 제대로 내리기도 전에 열매를 기대하기는 이릅니다』
과도한 의욕을 버려야 한다는 가톨릭알코올재활단체협의회 선우경식(요셉) 회장의 말은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난 한국교회 알코올사목이 견지해야 할 원칙을 보여준다. 선우회장을 비롯한 알코올 관련단체 관계자들의 제언에는 「올바른 사목을 위한 든든한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다.
이같은 인식의 바탕에는 조급함이 초래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사전에 막음으로써 효과적인 사목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런 현실인식이 표출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알코올사목이 딛고 선 토양과 또 그것이 흡수할 수 있는 자양분이 척박하지만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1999년 서울대교구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의 발족으로 불붙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알코올재활단체협의회의 발족으로 본격화한 알코올사목의 기반은 결코 메마르지 않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교회 안에서만 20개에 가까운 알코올 재활단체들이 모습을 갖췄고, 30개가 넘는 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전국 그룹모임이 교회를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국내 어느 단체나 조직보다 나은 토대 위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 알코올사목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부닥치는 문제의 대부분은 「의욕의 과잉」으로부터 초래되는 면이 없지 않다. 새롭게 시작한 알코올 재활프로그램들이 예상보다 빨리 저변화되면서 알코올사목 관련단체들은 생각보다 큰 기대와 지원을 주위로부터 얻고 있다. 이는 곧 알코올 재활대책이나 사목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여건이 오랫동안 축적돼온 가운데 보이지 않는 발전을 거듭해왔음을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관련단체 관계자들의 자세이다. 주위의 높은 기대치와 예상 밖의 지원은 자연 관계자들의 '의욕의 과잉'을 조장하게 돼 현실과 유리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도 한다.
알코올 관련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 훨씬 성숙하다고 해서 어른 수준의 사고와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며 『각 단체의 상황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이에 맞는 고민과 실천을 축적해 갈 때 우리 실정에 맞는 알코올 재활프로그램의 개발과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우경식 회장은 『알코올 단체들간에도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어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선진 이론을 나름대로 실험해볼 것이 아니라 고민과 모색을 모아낼 때 알코올로 인해 파생되는 아픔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선 관계자들은 또 눈앞에 드러나는 효과만을 우선시하는 「정책적 선택」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정기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나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가시적 효과가 큰 부분을 중심으로 정책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자원 배분의 왜곡현상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다. 한 단체가 의욕적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알코올중독자 재활병원의 경우,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우려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수백억원이라는 적잖은 자원이 투입되는데 비해 그 효과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치료 차원의 프로그램은 기존의 병원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가용한 예산을 집행하는 차원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자원의 낭비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더구나 알코올중독 치료의 특수성에 대한 공감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이같은 자원의 낭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A.모임의 한 실무자는 『알코올중독자는 특성상 중독에서 회복된 사람 외에는 접근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간의 사례에서 검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중독자 재활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회복자 등 '인적 자원'을 중심으로 병원, 지역복지기관, 사회사업가 등이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알코올사목이 딛고 선 지평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한 광범위한 공감대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나아가 이를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효과적인 자원배분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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