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이나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고통스러운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임종 직전의 환자에게 행해지는 치료는 생명을 연장시킨다기 보다 단지 죽음을 지연시키고 고통의 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전미카엘(50·가명)씨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앞으로의 치료과정에 대해 크게 고민했다. 가족과 친지들은 수술을 권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이미 정해진」 죽음의 과정을 갖가지 수술과 치료 속에서 때론 의식을 잃을 정도에까지 이르며 고통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당당하고 편안하게 죽음의 순간을 받아들이고 싶었던 그가 내린 결론은 바로 호스피스였다.
호스피스란 말기암 등 현대의학으로 치료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적절한 통증치료로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보다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의료서비스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하지 않으면서 질병 악화를 막고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제도가 잘 정착돼 운영되고 있다.
호스피스는 사람보다 질병 위주로 치료가 이뤄지는 현대의학의 병폐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됐다. 질병 치료(Care)가 아닌 환자에 대한 돌봄(Cure)을 중시하는 호스피스는 통증 조절 노력을 외면하고 인위적으로 생명을 빼앗는 안락사에 반대하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의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호스피스 병동이 운영되고 있으나 인식부족과 제도미비로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실정이다. 국내 호스피스 기관은 총 60여개 정도로 그나마 강남성모병원, 부천성가병원 등 교회 운영 의료기관을 제외하고는 전문의나 병동이 따로 없는 요양기관 수준이다.
환자와 가족이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시설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호스피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스피스는 「죽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며 당면한 의료문제 중 하나로 정식 의료체계의 한 축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약류 진통제에 관한 규제 완화, 한국형 호스피스 제도 마련, 호스피스 전문인력 교육 및 관리 시스템 마련, 호스피스 건강보험수가 책정, 가정 호스피스 체계 구축 등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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