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나 학생들이 큰 망설임 없이 학교의 자랑 1순위로 꼽는 서울 성심여자고등학교(교장=김영자 수녀) 방송반은 이름만큼이나 실력을 인정받는 동아리다.
방송실에 들어서면 그 이유를 한눈에 알게 된다. 편집실을 비롯해 제작실, 조정실에 스튜디오까지 꾸며진 방송실은 여느 방송국을 축소해 옮겨다 놓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디지털카메라는 기본이고 최신 음향 장비에 디지털 편집시스템, 비디오효과기 등 웬만한 현대적인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자랑은 여기에 있지 않다. 사춘기 여고생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면면이 배여 있는 전파 속에 그 이유가 있다.
「공부」, 「봉사」 등 사춘기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내용 뿐 아니라 고등학생에게는 무거울 수 있는 청소년 문제까지 풀어내는 방송반의 실력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다.
지난 11월 초 교육방송이 주최한 제8회 전국고등학생 작품경연대회에서 당당히 은상을 수상한 「고리」는 이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청소년 낙태」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흘려보내지 않고 사회구조적 문제로까지 천착해 들어간 이들의 문제의식은 놀라운 수준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이런 방송반의 힘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지난해 부천 청소년영화제에서 받은 우수상을 비롯해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에서 탄 본상 등 방송실 곳곳에는 각종 대회에서 휩쓴 상장과 상패들이 적잖다.
방송반이 이런 성가(聲價)를 올리고 있는 바탕엔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하고 있는 게 사실. 이런 이유로 동갑내기 친구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이들은 그러나 꿈만은 제각각이다.
방송 프로듀서가 되겠다는 이은희(고1)양부터 연기자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박혜인(고1)양,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이경은(고1)양….
그렇지만 이들의 지향은 모두 한가지다. 학교와 친구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남고 싶다는 것이 그것이다.
『힘들지만 돈 주고도 못살 경험을 통해 꿈과 사랑을 실어 전하고 싶어요』
「SHBS 여기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소리, 여러분의 성심방송입니다」라는 멘트가 성심여고를 거쳐간 모든 이들에게 추억으로 남길 기원하며 오늘도 전파를 쏘는 방송반원들의 얼굴에서는 사랑이 넘친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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