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들이 책을 안 읽는다?』
일선 출판 관계자들이 끊임없이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 신자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매체가 첨단화하면서 실제로 출판계는 벌써 수 년째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문 혹은 본격적인 신학 서적들은 일부 고정 독자층 외에는 찾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 때문에 출판사들에서도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고착화된 현상으로 보이며 따라서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면서 보다 지성적이고 이성적인 신앙 생활이 요구되는 오늘날 어느 정도는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회 출판계에서 나오고 있는 책들 중에서 신자 독자들이 많이 찾는 책들은 영성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성, 기도, 수필, 우화집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책들은 쉽게 손에 들 수 있고 분량도 그다지 많지 않아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책을 접하는 습관을 길러 주는데에는 안성맞춤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가뜩이나 책을 읽지 않는 상황에서 두껍고 어려운 책들은 펴내도 신자들이 찾지 않는다』며 『그나마 신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면 출판될 책을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출판사들의 고충은 독자들에게서도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독자들의 경우에도 어려운 신학 용어들이 가득한 전문 신학서적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달 한 두 차례씩 책을 사러 서원에 들르는 김욱환(베드로·30)씨는 『주로 기도 생활에 도움을 주는 책이나 성서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산다』며 『신학 서적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 아예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신학서적이 반드시 어려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자들이 신학 서적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신학 용어나 개념들을 한국적 문화와 전통 안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한 신학 서적들의 출판도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신학서적을 전문적으로 펴내는 한 출판사의 출판 영업 담당자의 견해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이 관계자는 『신학서는 그 특성상 어느 정도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자들이 이런 책을 안 읽는 것은 신자들의 탓도 있지만 교회, 특히 출판사들이 그렇게 독자들을 길들여놓은 측면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독자들의 이러한 경향과 타협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책들만을 펴내는데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교회의 발전과 신자들의 성숙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평신도들의 경우에도 예전과는 달리 신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전체적인 성숙도도 높아졌다』며 『이제는 독자들이 신학 서적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전문 신학서적은 전체 출판 종수의 10~20%가 평균적인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교회 안에서 신학서적들을 전문적으로 펴내는 출판사 중 「분도출판사」는 독보적이다. 연간 30여종을 펴내면서 그 중 40~50%를 전문 서적으로 발간한다.
하지만 이들 서적들을 구매하는 독자층은 매우 제한적이다.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연구자 등 소수의 고정 독자층들만이 구매할 뿐 일반 신자들은 거의 구입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3~4월과 9~10월에 집중적으로 판매된다.
또 가톨릭 신자보다는 오히려 개신교측에서 더 많이 찾는다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 70년대부터 시작된 신학총서를 비롯해 아시아신학, 종교학 총서 등이 많이 찾는 서적들이고 일반 출판계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교부문헌 총서도 많이 판매된다.
신앙이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성숙되기 위해서는 일반 평신도들 역시 신학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 신학서의 활성화는 매우 긴요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독자들의 자세도 중요할 것이며 출판사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독려하고 이끌려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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