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강완숙(골롬바) 등 한국교회 순교자들을 소재로 한 대형 천장화가 등장했다.
신축 중인 인천 선학동성당(주임=김재영 신부) 대성당 내에 최근 그 모습을 드러낸 천장화는 한국화가 황흥철(마태오·인천 연수본당)씨와 서양화가 안관태(발타살·인천효성동본당)씨가 공동 작업한 아크릴화 「구원과 심판」. 8천~1만호 넓이에 일반건물 5층 정도 높이의 대형화다.
그간 한국교회 안에서 부분적인 천장화가 시도된 바 있으나 이번 천장화는 크기 뿐만 아니라 전문 순수 작가들에 의해 작업됐다는 면에서 『본격적 의미의 대형 천장화』로 평가되고 있다.
초기 한국교회 순교자들의 모습을 담아 지극히 한국적인 색채를 느끼게 하는 이 천장화는 올해가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맞는 해여서 더욱 뜻깊다는 의견이다.
성당 제대 벽면에서 돔 천장으로 이어지는 천장화는 천국과 지옥으로 구성, 흰옷 천사들에 둘러 쌓여 김대건 신부 등 한국 순교자들이 천상으로 오르는 모습과 죄인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옥의 참담함을 대비시키고 있다.
두 작가는 넓은 벽면에 캔버스 천을 입히고 고소차를 탄채 기다란 막대기로 데생한 후 색을 입히는 과정을 거쳤는데, 돔 벽면이라는 특성이 각도에 따라 인물 모습을 달리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런 장면 표현을 위해 수없이 데생하고 지우기를 반복해야 했다.
『기도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토로할 만큼 산고가 극심했다. 황씨와 안씨는 순교자들 당대의 의복을 구해 모델들에게 직접 입혀보고 사진을 찍어 참고하는 등 고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같은 천장화 제작은 무엇보다 김재영 주임신부의 제안과 전폭적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게 작가들의 말. 『교회 미술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소신으로 천장화를 구상하고 이후 작가들의 작업 과정에서도 깊은 신뢰심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두 작가는 밝히고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작업에 착수 5개월여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 천장화는 현재 여섯 개의 제대 벽면 그림만 남겨둔 상태. 최종 작품 완성은 이달 말경 이루어질 전망이다. 극 사실주의 동양화가와 서양화가의 공동 작업이라는 면 때문에 「동양화 서양화의 만남」이라는 미술사적 의의도 상당한 이번 천장화는 그런 면에서 일반 미술계의 관심 역시 각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흥철, 안관태씨는 『한국 가톨릭 교회 미술 활성화의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 『신자들에게는 일상의 신앙적 모습을 되돌아보고 순교신앙을 깊이 느끼게 하는 작은 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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