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은 이 시기는 판공성사와 더불어 교무금을 책정하는 기간이다. 신자들의 여러 의무들 중 그 의무 수행 여부를 명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경제적인 의무일 것이다. 본지는 대림절 첫 주를 시작하며 신자의 의무중 하나인 교무금을 비롯한 헌금 실태를 점검해보고 이 의무를 왜 우리 신자들이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2회에 걸쳐 조명해보고자 한다.
서울 어느 중학교 인근에서 15년째 작은 분식집을 하고 있는 이정애(가명·56)씨. 그는 장사를 마치고 나면 그 날 이익금을 계산해 정확히 10분의 1을 챙겨 둔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여기서 나오는 돈으로 자식 2명 학교를 마치게 하고 결혼까지 시킨 그가 이렇게 다른 주머니를 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주머니는 바로 성당에 봉헌할 헌금과 교무금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는 벌써 몇 년째 이런 습관을 들였다. 그가 이렇게 하게 된 것은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가족을 지켜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주님께로부터 받은 재물을 다시 주님께 돌려드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십일조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밝히고 "매월 이렇게 하다보니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들고 기쁜 맘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 보람되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하는 모 본당의 김경호(가명·55)씨는 별도로 교무금 책정을 하지 않고 다만 월수입의 10%를 정확히 성당에 봉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세례를 받은 김희숙(가명·33)씨는 조금 당황스러운 일을 경험했다.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자신의 생활 수준을 고려해 적당한 교무금 액수를 정한 김씨는 이를 주위 신자들과 상의했다. 그러자 다른 신자들의 반응이 처음부터 교무금을 그렇게 많이 내면 나중에 힘들어진다며 줄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비단 한 사람의 예가 아니라 많은 기존 신자들이 교무금이나 헌금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신자의식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46.4%가 교무금과 주일헌금 등 각종 봉헌금을 월 3만원 미만의 수준에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5만원 이상 낸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30.3%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월 봉헌금 액수가 1만원 미만인 경우가 19.6%, 1~3만원 25%, 3~5만원 23.3%, 5~10만원 18.6%, 10~20만원 9.1%, 20만원 이상이 2.6%를 차지했다.
개신교 신자의 경우 50.4%가 십일조를 생활화하고, 전체 신자 평균 월 8만3000원을 헌금하고 있으며, 기혼자의 경우는 월 9만6000원 정도를 헌금하고 있다는 통계와 비교해 볼 때 가톨릭 신자는 개신교 신자의 월 평균 봉헌금의 대략 절반 정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교구별로 살펴보면 월 10만원 이상의 고액 납부자들은 수원교구 19.1%, 서울대교구 15.1%, 광주대교구 9.7%, 대구대교구 7.5%, 부산교구 5.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소득수준별로 보면 월 1만원 미만을 내는 신자들 중 월 소득액 300만원 이상이 15.7%, 250~299만원이 11.6%, 200~249만원이 15%, 150~199만원이 17.4%, 100~149만원이 16.8%, 99만원 이하가 29%로 확인됐다.
이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실제 신자들이 내는 교무금이나 봉헌금은 자신들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무금을 비롯한 각종 헌금은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기 봉헌이어야 한다. 즉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봉헌하고자 하는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랑 없는 봉헌은 의미가 없다.
교회는 이렇게 거둬진 교무금을 조직 운영, 사목, 교육, 복음선포의 직분을 실행하는데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신자 피정 및 교육비, 인건비(성직자, 수도자, 직원), 선교를 위한 지원, 신심단체 보조비, 본당행사비, 구호 자선비, 사회 보조기금 등으로 지출된다.
교무금은 결국 자신이 속한 공동체 운영을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나 자신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통계를 보듯이 교무금에 대한 이해와 봉헌이 따로 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교무금 등 경제적인 봉헌을 통한 신앙의 체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사와 공경에서 비롯된 자신의 봉헌이 결국 더 큰 은총으로 되돌아온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교무금을 경제적 부담으로 느끼는 갈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선 사목자들은 교무금이나 헌금에 대한 이해를 예비신자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교육해 신앙의 첫걸음부터 '자신의 것을 비움으로써 얻는 신앙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무금을 세금처럼 생각하거나 나아가 다른 사람의 교무금을 질시의 눈으로 보는 사고가 만연한 가운데 신앙체험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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