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한 눈방울. 서슴없이 쫑긋거리는 입.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른처럼 말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어린 태가 역력하다.
조경은(16). 창원에서 왔다. 극작가도 되고 싶고 연극배우도 되고 싶다. 글 솜씨나 연기력이 서툴긴하지만 노력하고 있단다. 창원 여성의 집에서 운영하는 가출소녀들의 안식처 「무지개 뜨는 쉼자리」에서 생활하며 11월 1일 개교한 범숙학교 학생이 됐다. 그래도 여성의 집에서 마련하는 연극 공연에서 가끔씩 주인공도 맡아 나름대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선화(루시아·19). 간호사가 꿈. 『간호사가 되어 제가 받은 사랑을 남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선화는 최근 더욱 열심히 공부한단다. 왜냐하면 멀리만 느껴지던 아버지가 최근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고 갔기 때문에.
최소라(마리아·17). 미용사가 꿈. 남들이 말하는 「아줌마 파마」정도는 할 수 있다며 은근히 자랑. 빈가영(15)이는 조종사가 돼 거침없이 하늘을 날고 싶다고. 사회복지사가 꿈이라는 김윤주(16).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단다. 그래서 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이들의 공통적인 소망은…. 『집 나오고 학교 안가면 모두 불량학생으로 취급하는 세상이 바뀌면 좋겠어요』 『힘들 때 가슴 속에 있는 모든 말을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소녀들은 입을 모은다. 『아기 예수님, 이런 세상을 만들어 주시고 이런 사람을 소개시켜 주세요』
국내 가출자 중 10대들의 숫자가 4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소녀가 근 절반. 가출 사유도 다양하지만 결손가정 문제가 대부분. 부모의 이혼이나 사망. 새 엄마와의 갈등.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 이로 인한 폭행. 개중에는 할머니 학대도 있다.
『이곳이 죄를 지은 소녀들의 보호관찰을 위한 장소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꿈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해요』
『쉴 수 있어요. 가끔은 이 안에서의 생활이 갑갑할 때가 있지만 집이나 밖에서 느끼지 못하던 편안함이 있어 너무 좋아요』
『할 일없이 무작정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문뜩문뜩 제 자신이 너무 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땐 죽음이라는 단어도 떠 올려 보았죠. 그러나 이젠 그러한 방황은 끝났어요. 왜냐하면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어른들이 무섭다』고 털어 놓으며 「나쁜 어른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새로운 희망으로 거듭 태어나는 삶을 살고 있는 범숙학교 소녀들. 아직 어려서, 그래서 그런지 연약하기만 한 소녀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해맑은 모습이 전해지길 소망하며 꿈이 있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하는 범숙학교 소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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