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문제가 바로 수능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너무 쉬운 수능으로 인해변별력이 없다는 문제로 우리 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올해는 너무 어려워 「테러」니, 「교육 개혁의 후퇴」니 하여 교육부총리가 직접 사과하기까지 하는 우리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의 교육이 너무 대학 입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떻든 안타까운 것은 교육정책의 혼선으로 12년간 준비한 수능시험에서 많은 학생들이 커다란 낭패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들은 재수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목표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보듯이 인간은 어떤 상황이나 결과가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나타날 때 당황하거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 가려고 차를 탔는데 부산에 도착했다든가, 이 사람을 만나려고 했는데 전혀 예상치 않은 다른 인물을 만나든가, 혹은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나면 그렇게 됩니다.
아마도 올해의 수능이 문제가 된 것도 단순히 수능이 어려웠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어렵게 출제될 것이란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요, 학생들이 어려운 수능에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진리는 어쩌면 우리가 하느님 앞에 설 때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교회력으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입니다. 대림절, 이 시기의 중심단어는 「준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들 가운데에 탄생하셨음을 기념하는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는 시기이고 종말에 있을 그리스도의 두 번째 오심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대림시기를 시작하는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두 번째 오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전반부에서는 그분이 다시 오시는 때는 구약의 노아시대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노아 시대의 사람들이 홍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다가 홍수를 맞이한 것 처럼, 인자의 재림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이루어지기에 그때 당황하지 않도록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밭에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라는 40절의 이중 상징어는 이러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밭에 있는 두 농부나 맷돌을 가는 두 여인은 똑같은 일을 합니다. 여기서 차이가 나는 것은 「외적인 행위」가 아니라 「내적인 마음 자세」입니다. 그러기에 이 말씀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마음 자세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똑같은 행위라 하더라도 내적인 자세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는 너무나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도둑의 비유가 말하는 것은 예수님의 재림을 맞이하기 위한 우리의 자세가 「깨어 있음」과 「준비」라는 것입니다. 이 말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느냐 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르코 복음 13, 35절을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비유는 마르코 복음 13, 35절을 참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마르코 복음에 의하면 「깨어 있음」이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과 임무」를 다한다는 것입니다. 즉 재림하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은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라 「나에게 맡겨진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에 대한 충실」이라는 것입니다.
「준비」. 사실 모든 준비라는 것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힘들고 고통스럽고 인내가 필요합니다. 특별히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오늘 복음에 나와 있듯이 어떤 특별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대학 시험이나 어떤 사업처럼 준비해야할 분명한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더더욱 곤란한 것은 그분은 『어떤 고정된 방법이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때는 홍수의 심판으로 오시기도 하시고, 베들레헴에서처럼 아기 예수의 모습으로 오시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가난한 사람의 모습으로 또 어떤 경우에는 심판자의 모습으로 오시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하기 때문이요, 「특별한 어떤 일」이 아니라 「나에게 맡겨진 평범한 일에 대한 충실」이 그분을 맞이하기 위한 우리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 메시아를 맞이하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 이스라엘의 어리석음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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