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기 첫해를 갈무리하는 은총의 대림절 시기를 맞아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 성당(주임=백남용 신부)이 2001년 대림절 특강을 실시한다. 11월 28일부터 4주 동안 매 수요일 오후 7시30분에 마련되는 이번 특강은 특히 「생명」을 주제로 펼쳐져 눈길을 끈다. 최근 대 사회적으로 일고 있는 사형폐지, 사후피임약 등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제시하게 될 이번 특강은 이영우 신부(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의 「하느님의 생명과 사형제도 폐지」(11월 28일) 전태자씨(서울 가정사목부 행복한 가정운동)의 「사후 피임약, 낙태약의 현실」(12월 5일) 장회익 교수(서울대 물리학과)의 「생명의 관점에서 본 환경」(12월 12일) 심상태 신부(한국 그리스도 사상연구소 소장)의 「21세기 그리스도 생명신앙의 의미」(12월 19일) 순으로 진행된다. 본지는 명동 주교좌 성당의 대림절 특강을 일정에 맞춰 지상 중계한다.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사형수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고 곧이어 국회의원 155명이 「사형제도폐지 특별법안」을 국회에 상정을 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사형제도 폐지문제가 하나의 여론을 형성하여 사회의 이슈로 등장하였습니다.
전례력으로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어떤 예수님입니까? 우리가 머리 속에 그리는 예수님은 어떤 예수님이셨으면 좋겠습니까?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수퍼맨의 예수님인데 오시는 예수님은 수퍼맨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아기의 모습이었습니다. 힘있는 예수님을 모두가 바랬지만 예수님은 당신의 뜻을 마음껏 펴보시지도 못하고 힘없이 십자가에서 사형수로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왜 이 세상에 오셨을까요. 그리고 그분이 정말 이루시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의 꿈과 희망은 무엇이었을까요.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일까요. 「하느님이 주시는 생명이 넘쳐흐르는 세상」, 「생명이 존중되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하느님이 창조한 창조계에 생명의 기운이 왕성한 세상」,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요. 생명과 삶이 넘쳐나는 신명나는 세상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은 죽어 가는 세상을 살리기 위해 오셨습니다.
사형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흉악한 사람들이 새롭게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시는 예수님, 죽은 사람들을 살리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형은 한 사람을 우리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것입니다. 즉 인간이 인간을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쉽게 포기할 수 없듯이, 또 부모가 자녀를 포기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하느님만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아무리 흉악한 사람일지라도 하느님은 그를 변화시켜 새로운 사람으로 쓰시고자 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느님을 만남으로써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사형을 계속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피해자의 생명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왜 가해자의 인권과 생명을 이야기하면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느냐?』며 반문하기도 합니다.
미움과 저주, 한을 한평생 간직하고 사는 사람 역시 죽음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미움은 미움만을 키우며 자기 자신을 죽이고 하느님이 주신 생명이 움추려진 모습입니다.
화해와 용서를 통해 죽음의 옷을 벗어버리고 생명의 옷을 갈아입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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