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이 사라지고 영혼이 가벼워지는 시대에는 오히려 영적인 삶과 정신성의 의미를 더욱 고대하게 된다. LA 외곽의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갈멜 수도회의 한 수녀가 겪는 갈등과 번민, 은총의 엇갈린 현실 속에서 따라가는 신앙의 여정이 독자들을 신의 초대로 이끈다.
주인공인 십자가의 성 요한 수녀는 격심한 통증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체험하고 그런 체험 뒤에 써낸 시들이 수녀를 유명한 시인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영적인 선물은 현대 의학에서는 「간질」된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해야 하는 선택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즉 이것은 신의 은총인가 질병인가. 간질을 제거한 무미건조한 일상, 혹은 초월적인 신앙을 지속하기 위한 육신의 방치, 두 가지 선택의 기로 사이에서 겪는 수녀의 시련은 과학과 영혼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는 우리 시대의 불안과 상실감을 반영한다.
<여성신문사/240쪽/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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