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께 대한 사랑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성탄은 흥겨운 기다림의 순간만은 아니다. 마구간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새 추운 날 판잣집 지붕 아래 배를 곯는 아이에게, 병들어 누운 노인에게 향해 있다.
번듯한 아파트촌 너머 아직도 깜박이는 달동네의 불빛과 그 속에서 힘겨운 삶을 꾸려나갈 작은 이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달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달사모)을 만들었다. 이는 지난 97년 PC통신 하이텔의 가톨릭동호회 「하늘나라」안에 만들어진 봉사 소모임으로 이들은 서울 최대의 달동네인 신림7동 산 101번지 일대 일명 「난곡」마을 주민들을 돕고 있다.
서울 난곡주민회관 간사 최윤정(글라라)씨가 「하늘나라」에 「달동네 이야기」를 쓰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모아 「달사모」를 꾸릴 수 있었고 난곡의 아이들과 노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마음은 있지만 동참할 방법을 모르던 이들에게 차갑게 보이던 인터넷이란 공간은 오히려 든든한 사랑의 끈이 됐다.
아직도 2001년 한국에는, 난곡 달동네에는 밥 굶는 아이들과 등록금이 없어 제적위기에 처한 중고생, 어린이집 보육료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엄마, 약 한 첩 쓸 수 없는 독거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전해지면 여기저기서 달사모 회원들은 필요한 만큼의 후원금을 보내주었다.
십대 청소년이 아껴 쓴 용돈을 보냈고 몇 백만원의 돈을 선뜻 전해준 후원자도 있었다. 일명 「번개」라고 하는 오프라인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꾸준히 성금을 보내주는 「익명의 천사들」과 「KCF 21」(가톨릭포럼) 등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잊지 않는 단체들.
『이 달이 달동네 학생들 등록금 내는 달이랍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랑의 기적을 만들어봐요』
『제적위기에 몰렸던 학생들이 모두 다시 학업에 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단할 뻔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어 기뻐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우리의 나눔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이들과 냉기 올라오는 찬 방에서 잠을 청할 달동네 아이들을 생각하면 따뜻한 솜이불 덮기가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이 밤도 겨울 나기가 어려운 이웃, 달동네 사람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참 평화를』
달사모의 게시판은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믿고 기다리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달사모의 초대 「짱」인 최경혜(안젤라)씨는 『중학교 때부터 등록금을 후원해주던 학생이 올해 명문여상을 졸업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뿌듯함을 느꼈다』며 『나눔에도 용기가 필요하며 지금 곧장 실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하고 있다.
『대림시기에 자선을 강조하는 것은 그동안 못다한 이웃사랑을 메워 마음 편히 연말을 지내자는 의도는 아닐 것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고통에 동참하며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빛의 오심」을 나눔을 통해 구체화하는 것이죠.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이 시기에 풍성한 나눔이 함께 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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