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의 여파로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던 18세기말, 교회는 박해와 수난의 큰 위기를 겪어 전례가 금지됐으며 수도회들도 해산되는 등 종교적으로 대혼란을 겪었다.
이 같은 혼란의 시기를 살았던 성녀 마들렌 소피이(1779∼1865)는 혁명의 여파로 갈라지고 상처난 프랑스 사회 한 가운데서 상처받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았다.
성녀 마들렌 소피이의 이같은 개인적인 체험은 쇄신이 요구되던 당시 성심수녀회 창설로 이어졌고 진보적인 자세로 변화의 물결을 이끌어갔다.
어린 시절 오빠로부터 받은 예수성심 성화를 바라보며 하느님의 또다른 신비를 체험했던 성녀 마들렌 소피이는 수도회 창립 후 인류의 한복판에서 상처 입은 그리스도의 성심을 알아보도록, 그분 심장의 뛰는 박동을 이 세상에서 들을 수 있도록 세상에 눈길을 고정시키라고 회원들에게 자주 권고했다. 이 정신은 지난 2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변화하는 시대의 징표를 읽어가며 항구히 자리매김해 온 성심수녀회 영성의 큰 줄기가 됐다.
관상생활을 열망했던 성녀 마들렌 소피이는 어느날 기도하는 가운데, 상처받은 그리스도의 마음을 공경하며 그 사랑을 전하기 위해 여성교육에 투신할 것을 다짐하고 여성수도회 창립을 생각하게 됐다.
가르멜수녀회에 대한 소명을 포기하고 성심교육이라는 새로운 사도직을 전개한 성녀 마들렌 소피이는 시대상황과 지역사회의 필요에 신속히 응답하고자 젊은 여성들을 위한 기숙학교, 각종 기술학교, 장애인학교, 고아원 등을 세웠고 나아가 교사배출을 위해 교육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관상생활을 추구했던 그녀는 수녀회를 이끌고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에 깊이 끌렸지만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해야할 많은 일들을 고민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교육 사도직에 전념해왔음에도 여전히 관상에 대해 매력을 느꼈던 성녀 마들렌 소피이는 『세상 사람들과 가질 수밖에 없는 관계들이나 꼭 해야할 일들이 있더라도 내적 생활은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며 균형없는 활동생활을 내적생활로 바로잡도록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는 성녀 마들렌 소피이가 활동하는 가운데 직접 경험을 통해 내적생활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며, '관상생활에 대한 매력이 일종의 유혹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알았기 때문이다.
성녀 마들렌 소피이는 일상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리스도의 마음에 드는 도구가 되기 위해 자주 성체 조배를 했고, 성령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 기도생활에 철저했다.
그리고 예수 성심 안에서 한없이 너그러움을 발견한 그녀는 그 너그러움을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또 자신의 뜻을 고집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순발력 있게 적응하는 것 또한 너그러울 때 가능하다고 말한 성녀 마들렌 소피이는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명한 예수 그리스도를 공동체의 모범으로 삼았다.
세상 안에서의 예수성심의 발견, 내적인 기도생활과 아울러 성녀 마들렌 소피이의 또다른 영성은 바로 마음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마음이란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중심지, 즉 자신과 성심수녀회가 근본적으로 뿌리내야하는 내적 정신의 중심지다. 그녀는 마음을 교육하는 일에 일생을 투신해왔으며 이는 참된 인간성장과 사회변혁을 이루는 근원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말하는 마음을 교육하는 일은 먼저 교육받는 사람의 마음 안에서 예수 성심의 한없는 사랑을 발견해, 그가 사랑을 인격 전체로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마음의 교육자는 교육받는 대상을 소중히 여겨야 하며, 이것은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표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받는 개개인의 마음에 변혁이 일어날 때 비로소 사회변혁이 가능하다고 말한 성녀 마들렌 소피이는 진정한 변혁을 위해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 특히 젊은 여성을 교육하는 것이 사회변혁을 위한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했다.
성녀 마들렌 소피이의 이같은 정신은 비단 18세기뿐 아니라 전쟁과 폭력, 환경파괴, 인권탄압 등이 만발하는 작금의 21세기에도 여전히 세상 한가운데서 구현돼야하며, 이를 위해 성심수녀회 회원들은 그 영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오늘도 수도회 전 회원이 「예수 성심 안에서 한마음 한 뜻」이라는 모토 아래 마음의 자유를 누리면서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며 응답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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