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한 단체에서 한국 갤럽에 의뢰해 개신교 신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헌금 실태를 살펴보면 가톨릭신자들과 비교해 한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월가구 소득별 150만원 이하 소득자의 경우에는 7만2000원, 151~200만원 8만9100원, 201만원 이상 9만400원을 평균적으로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본지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신자들의 신앙의식 조사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67%정도가 월 5만원 미만을 내는 비율과 비교해 볼 때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톨릭신자들 중 월 250만원 이상 소득자의 경우에도 50% 정도가 월 5만원 미만을 바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 변화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 나라 개신교 신자들의 십일조 생활이 50.4%나 된다는 조사 결과에서 확인되듯 이들은 교회에 바치는 헌금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있다.
즉 개신교 신자의 경우 감사와 공경의 발로로 자신이 봉헌하는 헌금이 더 큰 주님의 은총으로 되돌아온다는 확신이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가톨릭 신자들은 상당 부분 교무금을 비롯한 각종 헌금을 경제적인 부담감으로 간주하고 있어 앞으로 이를 제대로 신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교육이 본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본당의 예산확보에 있어 교무금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일선 사목자들에 의하면 본당 예산의 2/3 정도가 신자들이 내는 교무금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는 다른 면으로 보면 신자들이 제대로 내지 않는다면 그만큼 본당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자들의 생활 수준이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 부산교구 민락본당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500여 세대 중 교무금을 내는 신자들이 450여 세대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본당의 경우 교무금 책정률이 교적상 신자의 대략 30~40%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수치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이들 중 많은 신자들이 정확하게 십일조를 교무금으로 봉헌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렇게 십일조를 바치고 있는 신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 『이것을 실천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이 기쁘고 주님께 더욱 은혜를 받고 있다』고 체험담을 얘기한다는데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지난 99년 이 본당에 부임한 이시찬 주임신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신부는 부임 후 교무금을 포함한 각종 헌금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왜 내야 하는지를 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가르쳐왔다.
물론 처음부터 신자들이 이를 수용한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일부 다른 이들로부터 오해를 사서 「십일조 신부」란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신부의 진심 어린 마음과 공정하고 투명한 예산집행을 신자들이 보면서 점차 인식이 변화됐던 것이다.
이신부는 『대부분 신자들이 교무금이나 주일헌금을 지방자치 단체나 국가에 내는 세금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처럼 책정률도 저조하고 금액도 낮다』고 지적하고 『신자들이 앞으로 교무금을 무조건 의무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진정 교회를 섬기는 자세로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여러 교회 사업에 동참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상현(가명·47)씨는 최근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해 처음으로 교무금을 책정하게 됐다. 그는 자신의 경제력을 고려해 월 13만원을 약정했는데 어느날 반모임에 갔다가 다른 교우들로부터 질책을 받아야 했다. 즉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교우들은 『처음부터 왜 그렇게 많이 내서 우리에게까지 부담감을 주느냐』며 책정액을 훨씬 낮춰 다시 책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 얘기를 들은 김씨는 다음날 본당에 가서 월 1만3000원으로 다시 교무금을 책정했다고 한다.
물론 수입의 감소나 가정 형편의 변화로 이전에 책정한 교무금을 납부할 수 없을 때는 본당 사목회나 사제와 상의해 삭감하거나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IMF 한파 이후 사업부진과 정리해고 등으로 인해 교무금을 낼 수 없는 형편에 놓인 신자들도 상당수 발생했다. 그런 경우 일부 신자들은 교무금의 부담으로 냉담해버리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교무금을 비롯한 헌금을 마치 자선 기부금 정도로만 인식하는데서 신자들과 교회의 인식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신자들은 교무금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교무금 책정에 있어 소극적이고, 교무금 납부를 몇 달씩 미루거나 연말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일부 신자들도 있다. 또 어떤 경우는 책정한 교무금을 깎아서 내는 사례도 발생한다.
교무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이미 계획된 본당이 추진하는 각종 행사나 사업들이 연기되거나 보류될 수밖에 없다.
조건을 내걸거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바치는 봉헌. 이런 마음가짐이 신자들 안에 자리 매김할 때 진정한 봉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교무금은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주님께 봉헌하는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렇게 거두어진 교무금과 헌금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교회 쇄신과 발전에 필요한 여러 사업들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각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가정 형편이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이 커진다면 그만큼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란 어느 사제의 지적처럼, 특별히 대림절을 맞아 교무금을 책정하는 이 시기에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봉헌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각자의 자각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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