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다미아노·전주 인보노인종합복지관 자원봉사회장)씨는 월~금요일 하루도 빠짐없이 점심식사 전에 복지관을 찾는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도시락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특히나 이번 주에는 따스한 솜이불까지 배달해 드리고 오니 마음이 더욱 든든하다. 출근 후 최대한 빨리 일을 마무리짓고 복지관으로 달려가 도시락과 함께 이부자리를 챙겨 홀로사는 어르신들을 찾았다. 다음날 빈 도시락을 가지러 가니 새 이불은 자식들 준다고 꽁꽁 싸두고는 얇은 헌 이불을 그대로 덮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도 억지로 이불을 펴고 따뜻하게 쓰시라 권해드렸다.
퀴퀴한 곰팡내 가득 배인 단칸방은 유난히도 찬 기운이 많이 돈다. 매일 도시락을 배달하다보니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변변한 이부자리도 없는 것이 눈에 띠었다. 그래서 복지관 자원봉사자들과 힘을 합쳐 지난 10월 「제1회 독거 어르신 돕기 사랑의 나눔자리」 바자를 열고, 그 수익금 1000여만원으로 이불 100채를 마련했다.
김장 등의 먹거리는 그래도 마련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지만 가재도구를 가져다주시는 분들은 거의 없고, 또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직접 가재도구를 사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불도 뜻있는 신자의 도움으로 원가보다 싸게 해줘 많이 만들 수 있었다.
이영훈씨는 작년 5월부터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해왔다. 또 도시락 배달 외에도 본당 사회복지부장으로 어려운 이웃돕기에 힘쏟아왔으며 특히 15년 전부터 회사동료 등 이웃들과 함께 「밀알회」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을 돕고 있다.
봉사활동을 나서는데는 특별한 동기나 누군가의 지시, 권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영훈씨는 『항상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주변에서는 이씨를 「최고의 심부름꾼」이라며 칭찬하지만 정작 이씨는 여러가지 봉사들을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여길 뿐이다. 게다가 매일 도시락통을 수거해올 때면 껌 한개씩을 빈 도시락통 위에 얹어주는 할머니의 정, 아껴뒀던 요구르트 한 병 건네주는 그 따스한 손길, 『젊은이 복받을껴』라는 한마디 말이 그 무엇보다 큰 격려가 되고 큰 사랑이 돼 마음 깊이 남는다고.
『단순한 동정심으로 무조건 도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많은 것을 주셨으니 그 사랑을 함께 나누고 또 저희도 그분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죠』
인보노인종합복지관에는 이렇게 이영훈씨와 같은 마음으로 매일 일상생활에서 봉사를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인보성체수도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보노인종합복지관(관장=박베네딕다 수녀)은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사업, 재가복지, 노인대학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곳의 자원봉사자들은 250여명. 다른 복지관에 비해 자원봉사자들의 수가 많은 편이고 또 대부분 장기 봉사자들이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자신이 가진 것을 기쁘게 나누는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오늘도 고층 아파트 그늘에 가려진 골목골목을 누비며 어두운 쪽방에 하느님의 사랑을 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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