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이른바 '공해'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는 환자가 자기 몸의 통증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것과 같다.
만일 몸에 통증이라는 것이 없다면 몸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이를 파악할 길이 없으며 따라서 귀중한 생명을 너무도 쉽게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공해를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현대문명의 병적 징후를 말해주는 자각증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눈을 통해 보자면 우리 낱생명들은 독자적인 생존을 유지해 나가는 존재들이 아니다.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큰 생명인 '온생명'에 생태적으로 그리고 유전적으로 의존해서만 살 수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모두를 그 안에 담고 있는 온생명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족적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바로 이 온생명이 중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온생명을 병들게 하는 동인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온생명 안에서도 유일하게 고차적 의식과 사고력을 지니고 있어서 말하자면 온생명의 '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중추신경에 해당하는 존재이다. 생명 안에서 '마음'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속성이 출현한다면 이는 오직 인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인간이 지금 온생명 안에서 암세포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온생명에 대해 악의를 품고 있어서가 아니라 온생명의 생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자신들만의 번영을 꾀해 온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공해문제를 고맙게 여겨야 하는 것은 바로 온생명의 이 질병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 의한 이러한 암적 증상이 급기야 인간 자신에게 아픔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를 통해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적절한 치료법을 신속히 찾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위독한 질병인지를 알지 못하고 오직 통증만을 제거하는 진통제적 처방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것은 이들이 아직 자신이 속해 있는 더 큰 생명 즉 온생명이 진정한 의미의 자기 자신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환경'은 인간의 생존을 떠받쳐주는 단순한 물적 여건일 뿐, 이것이 자신과 함께 온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내 몸의 일부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환경'이라는 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이것 대신에 내 몸의 나머지 부분이라는 의미에서 '보생명'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우리가 내 몸을 보존하게 되는 것은 이를 보존할 방법을 완벽하게 알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를 내 몸으로 느끼고 내 몸을 소중히 여길 본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온생명을 보존할 완벽한 방법을 알아서 이를 지켜나갈 수는 없다. 오히려 이것을 내 몸으로 느끼고 이를 소중히 여길 본능이 여기에 작동할 때에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공해문제가 표피적인 불편으로서가 아니라 온생명이 앓고 있는 심층적 진통으로 느껴지는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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