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응해 각 분야에서 교회의 사회사목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미국의 테러공습과 전쟁 등의 국제적인 사안에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외치는 목소리를 높였으며 새만금 간척사업, 언론개혁 등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된 각종 국내 상황 속에서 복음의 빛을 제시하기도 했다.
1. 주교회의, 정평위 활동
한국주교회의는 국내의 사형제도 폐지운동과 아울러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일련의 항의활동에 그 무엇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6월 15일 한국주교회의는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등 주교단 전원이 서명한 항의서한을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공식 발송하고 교과서의 재검정과 채택불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또한 온 세계가 놀란 미국 테러 사건에 대해 추기경을 비롯한 주교들은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미국 가톨릭 교회의 수장들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폭력으로 손상된 아픔을 함께 했다.
특히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를 비롯한 수도회와 각 교구 정평위,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정의구현전국연합 등 단체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지를 요청하는 기도회를 개최하고 부시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송하는 등 폭력을 자제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 또한 끊이지 않고 이어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은 올해에도 대북 지원에 힘을 쏟았으며 지난 8월 15일 민간단체들과 연대해 북한을 방문하고 민족의 하나됨을 재삼 확인하기도 했다.
한편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높여 인천교구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정상화, 수원교구는 매향리 미군사격장 폐쇄, 전주교구는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마산교구는 마산만 매립반대, 원주교구는 미군기지 캠프롱 기름유출 보상촉구 등 사안과 관련, 지역단체들과 연대해 운동을 벌였다.
특히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올해 25주년을 맞아 심포지엄 및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발자취와 나아갈 방향을 성찰했다.
2. 사회복지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가난함의 영성을 심어온 대표적 사회복지단체들의 창립 기념행사가 이어졌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것을 비롯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도 25돌을 맞았다.
또, 대구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시설협의회도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1월 1일 기념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다양한 기념행사를 통해 가난한 이웃에 대한 나눔 체험을 교류하고, 나눔의 영성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나눔이 그리스도인의 기본적인 소명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가정, 노인, 알코올 중독자 등 사회복지 분야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가정폭력 문제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 인천교구 사회복지회가 가정폭력 가해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가 하면 고령화 흐름에 맞춰 노인들을 위한 보호시설과 전문요양원의 설립도 잇따랐다.
대전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지난 10월 충남 연기군에 치매센터를 연 것을 비롯해 주간보호시설, 치매병동 등 다양한 형태의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또,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각종 단체가 설립되는가 하면 프로그램 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해 이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3. 환경·사회운동
새만금 간척사업의 재개 여부와 관련해 교회는 새만금 사업을 졸속으로 강행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하고 환경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사제단 새만금대책위, 각 교구 정평위 등 교회단체와 새만금생명평화연대 등은 성명서를 발표해 이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다양한 저지 운동을 벌였다.
이러한 활동을 계기로 90년대 후반 잠시 주춤했던 교회내의 환경사목은 다시 활기를 띠고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해 발족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주교회의 정평위 산하에 「환경소위원회」가 구성돼 교회를 대표하는 공식기구로 활동할 계획이다. 환경소위의 발족은 그간 각 교구에서 산발적으로 진행해 오던 활동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각 교구의 환경 관련 단체와 전국환경사제모임 등 교회의 전 기구가 참여하는 네트워크 구성에 대한 논의 또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한편 지난 5월 서울 환경사목위를 비롯한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의 종교환경단체들이 발족한 「종교환경회의」는 교회 안팎에 생명과 환경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에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올해에는 사회운동의 역량 또한 두드러져 정의구현사제단과 교구 정평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언론개혁 촉구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며 가톨릭여성단체연대,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등은 「호주제폐지천주교연대」를 구성, 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여성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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