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택 주교는 『수도자로서 교회와 세상에 누룩의 역할을 하면서 하느님의 뜻대로,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살아가겠다』면서 수도자다운 겸손함이 가득 배인 표현으로 첫 소감을 밝혔다. 한국교회 최초로 수도자 출신 주교가 된 이주교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서 역할에 충실하며 교회 안에서 수도자들이 영성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교로 임명된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교구 출신 사제도 아니며, 수도공동체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서울대교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단편적인 것들입니다. 주교가 된다는 것이 영광인 반면 한편으로는 큰 십자가를 지는 일이고, 주교가 되면서 서강대와 예수회를 떠나야 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 한국교회 최초로 수도자 출신 주교가 되셨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맡게 되시는지요.
-우선 심부름꾼 역할을 잘해야겠지요. 교구장님 보필하는 일이 제일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구 신부님들과 주교님들로부터 배워가면서 봉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교구내 수도회를 전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맡게 되든 사목자들과 수도자들이 각자 처한 위치에서 성심 성의껏 일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수도자들에게는 교회 안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교회는 수도자를 육성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동안 수도자들을 양성하고 육성하는 문제에 대해서 한국교회가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교회는 모든 양떼를 돌봐야하고 주교는 그들을 돌보는 목자입니다. 수도자들은 그 양떼들 가운데 한 무리에 불과할 뿐이죠.
▲ 한국교회 수도회 현실은 어떻습니까?
-적어도 외형적으로 교구와 수도회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교회 안에서 수도회가 소외되고 모든 행정이 교구 중심으로 이뤄져온 것도 사실이지요. 교구 사제들이 수도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신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수도회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으니 모르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수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자다운 모습으로 살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교구에 요구만 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수도자들에게 바람이 있으시다면?
-수도자들은 교회를 이끌어 가는 리더가 아니라 교회를 풍요롭게 해야합니다. 따라서 교회를 따뜻하고 평화롭게 하는 것이 수도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자들이 교회 안에서 영성의 꽃을 피워주고 교회와 사회에 누룩이 됐으면 합니다. 수도회 출신으로 주교가 됐다고 해서 수도자들의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나부터 누룩의 역할을 해야할 것입니다.
▲ 사제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지요?
-사제로 서품된 뒤 첫 고해성사를 주었을 때 신자들이 훈시를 듣고 보속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평신도, 성직자, 수도자들의 피정을 지도할 때도 보람이 컸습니다. 피정을 통해 예수님의 삶을 체험하고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흐뭇했습니다.
▲ 수도자로서, 교육자로서 오랫동안 사제생활을 해오셨습니다. 남다른 사목 철학이 있으시다면?
-복음뿐입니다.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인생보다 더 우월한 철학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봐도 그 내용은 복음 안에 다 있죠. 대학교 총장직을 맡아왔고 주교로 임명됐지만 신부로서 살아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예수님의 심부름을 더하기 때문이죠. 복음을 바탕으로 양떼를 이끌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복음에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양떼들도 충실하리라 생각합니다.
▣ 이한택 주교 약력
▲1934년 12월 5일 경기도 안성군 안성읍 출생 ▲55년 가톨릭대 성신교정(대신학교)입학 ▲59년 예수회 미국 위스컨신 관구 입회 ▲63년 미국 마켓대학교 입학 ▲67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 및 대학원 졸업(수학 석사) ▲69년 광주 대건신학대학 수학 ▲72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졸업(신학석사) ▲71년 사제수품 ▲72∼79년 서강대학교 수학과 강사, 부교수, 교수 ▲79∼80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대신학교) 영신 지도사제 ▲80∼85년 예수회 한국 지부장 ▲82∼85년 서강대학교 이사장 ▲85∼94년 서강대학교 이사 ▲85∼98년 예수회 수련원 수련장, '말씀의 집' 원장 ▲97∼98년 서강대학교 이사장 ▲99∼2001년 서강대학교 총장(현재) ▲2001년 12월 12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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