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전쟁중단 촉구
9월 11일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은 세계 무역센터 비행기 자살 테러는 지금까지 국제 사회를 갈등과 분쟁으로 몰아오고 있다. 미국은 역사상 초유의 대규모 테러가 자행된 이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 지원 세력을 일소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왔다.
이번 테러와 그에 이은 보복 전쟁과 관련해 교황청을 비롯한 전 세계 가톨릭 교회는 일제히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한편 이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전쟁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비인간적인 행동이 전 세계 모든 사람의 가슴에 폭력 수단을 거부하고 … 연대와 정의와 평화를 최상의 이념으로 삼는 국제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확고한 의지가 일깨워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 9·11테러 직후 세계 무역센터 빌딩에 들어가 사상자들에게 병자성사를 주던 마이클 저지 신부가 비행기 파편에 맞아 선종했다.
일본 교회, 신사참배도
일본 주교단과 정의평화협의회 등 일본 교회는 역사교과서 왜곡, 총리의 신사 참배 등 우경화 추세에 대해 우려하고 성명과 서한 발송 등을 통해 이에 항의했다.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는 고이즈미 총리의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서한을 7월말 경 총리 앞으로 보냈다. 오사카의 보좌주교인 마츠우라 주교는 이날 서한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하는 것은 우리를 과거의 잘못된 길로 다시 한번 이끄는 매우 심각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평협은 이에 앞서 3월 27일 왜곡된 역사 교과서가 "과거 대일본제국군대가 행한 침략과 만행의 역사를 은폐, 왜곡, 미화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이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담은 서한을 문부과학성에 전달했다.
교황 역사적 과오 사과
“중국 교회에 잘못”
교황은 10월 24일 로마에서 열린 마태오 리치 북경 도착 40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담화를 통해 가톨릭 교회가 중국에 행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과하고 용서를 청하는 입장을 표시하며 교황청과 중국간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교황은 담화에서 『과거의 잘못과 한계들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같은 잘못이 중국 국민과 문화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고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교황청의 관계 정상화는 분명히 인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수교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긍정적인 표지라고 평가하고, 그러나 지난해 120명의 중국 성인을 시성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황교서 발표
‘새 천년기를 시작하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월 6일 새 교황교서 「새 천년기를 시작하며(Novo millennio ineunte)」를 발표했다.
이 교서는 새 천년을 여는 인류와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교서는 4개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1장에서 희년의 주요 사건들을 상기하고 특별히 젊은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장에서 교황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관상하도록 촉구했고 3장은 그리스도교 사목활동의 목적이 굳건한 신앙 체험, 더 나아가 거룩함으로 이끄는 것임을 강조하고 주일의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초대한다. 4장에서는 '친교'에 대해 묵상한다. 교황은 또 고통과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 사랑의 표현을 촉구했다.
교황 그리스 등 해외 순방
“12세기 빙하 녹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에도 적지 않은 해외 순방을 통해 평화의 사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황은 6월 23일부터 닷새 동안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방문 성사 자체가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것이며 방문 중에도 끊임없이 러시아 정교회 측에서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등 쉽지 않은 순방길이었다.
교황은 이에 앞서 5월 4일부터 9일까지 그리스, 시리아, 몰타를 방문했다. 이 방문은 특별히 동방교회와의 일치 노력,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사이의 관계, 중동 평화 노력에 있어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언론들은 이번 순방 특히 그리스 방문을 두고 『12세기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교황이 역사를 바꿨다』는 등의 특별한 의미와 성과를 부여했다.
▲ 5월 7일 시리아를 방문한 교황이 파괴된 그리스정교회 교회에서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 사상 최초로 흑인 의장이 탄생했다. 미국 주교회의는 11월 13일 추계 정기총회에서 올해 53세로 지난 3년 동안 주교회의 부의장직을 맡아오던 일리노이주 벨빌교구장인 윌톤 D. 그레고리 주교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그는 주교회의에서의 짤막한 연설을 통해 『여러분들의 봉사와 헌신의 정신을 모범으로 삼아 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한편 『최초의 흑인 출신 의장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교회는 이번 최초 흑인 의장 탄생에 대해 크게 환영하면서 『미국 교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가톨릭(보편)적인 교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주교는 1973년 사제로 서품됐고 10년 뒤 미국에서 가장 젊은 나이에 주교가 됐다.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주교는 빈자 돌봐야”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제10차 정기총회가 9월 30일부터 10월 27일까지 로마에서 개최됐다.
「세상의 희망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종인 주교」를 주제로 한달 동안 진행된 총회는 10월 26일 논의 내용을 집약한 최종 담화문을 발표했으며 67개항으로 구성된 건의서를 교황에게 제출했다. 주교들은 최종 담화문을 통해 주교가 어떻게 자신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가난하고 고통받으며 소외 받는 이들과 얼마나 함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교대의원회는 지난 1990년부터 사제, 평신도, 수도자 등 교회의 각 계층을 주제로 한 일련의 회의를 총정리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교대의원회는 지난 1965년 처음 창설된 것으로 지금까지 9번의 정기총회와 2번의 임시총회, 그리고 8번의 특별총회가 열렸다.
▲ 「세상의 희망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종인 주교」를 주제로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제10차 정기총회가 9월 30일 개막미사로 시작됐다.
새천년 교회 사명 논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전 세계 추기경 155명이 참석한 가운데 5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제6차 특별 추기경회의는 새 천년기 교회의 도전과 사명을 논의한 자리였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 회의에서 교황을 비롯한 참석 추기경들은 최종 메시지에서 선교활동, 연대와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특별히 성지의 평화와 아프리카 대륙의 전쟁과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원했다.
이에 앞서 교황은 2월 21일 추기경회의를 갖고 1월 21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새 추기경 44명에 대한 서임식을 가졌다. 교황은 이날 예식에서 『교회는 지상의 권력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에 대한 봉사에 바탕을 둔다』고 강조하고 「지혜와 성덕」으로 교회를 위해 봉사하라고 권고했다. 이로써 이날 현재 전 세계 추기경의 수는 모두 184명으로 교회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됐다.
인간복제 논쟁 격렬
“초기 배아도 명백한 생명”
올해는 인간 배아 복제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는 논쟁이 벌어졌다. 교황청은 11월말 경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이 인간 배아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데 대해 이 기업이 만들어 낸 「초기배아」는 명백하게 인간 생명임을 지적하고 『생명의 시작을 발달 단계에 따라 규정하려는 것은 결국 배아가 태아보다 가치없고 태아는 어린이보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가치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비난했다. 배아 복제 문제는 특히 난치병, 불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 세포의 배양과 관련해 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의학계와 생명공학계는 배아 줄기 세포 연구를 허용해 달라는 끊임없는 요구를 해오고 있으며 종교계 등에서는 인간 배아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서 그 과정에서 배아가 생산, 파괴되는 배아 줄기 세포 연구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네덜란드 안락사 합법화
교회, “절망적인 선택”
네덜란드 상원이 4월 10일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국가가 됐다. 네덜란드 상원은 하원이 지난해 11월 이 법안을 의결한데 이어 이날 표결에서 46대 28로 법안을 통과시켜 빠르면 올 여름부터 네덜란드에서 의사들이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교황청을 비롯한 가톨릭교회는 이번 결정이 의사들을 사형집행인으로 만드는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유럽 여러 나라로 안락사 합법화 추세가 번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했다.
교황청의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안락사법 통과를 「절망적인 선택」이라며 『안락사는 환자를 살해하는 범죄행위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