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 조앤 K.롤링이 쓴 성장 소설 「해리 포터」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면서 일종의 증후군 현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제1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어린이와 어른을 막론하고 그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일부 종교계와 심리학자 등은 해리포터가 제시하고 있는 마법의 세계가 자칫 어린이들에게 줄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문화는 문화일 뿐 이를 종교의 교의적인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의견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의 고민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1997년 제1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출간되면서 시작됐다. 그후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 「불의 술잔」등 4권까지 나오면서 세계의 독자들은 이 시리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12월 14일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은 원작의 상상력에 첨단 영상 테크놀로지를 적절하게 결합해 관객이 상상 가능한 모든 환상을 맛보게 함으로써 이미 「대박」이 예고돼 있다.
지금까지 나온 지적들을 바탕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우선 롤링이 기본적인 은유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마법의 상징적 세계이며 전체 소설의 기본 구성이 마법 행위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 독자들은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통해 소설의 이러한 요소들을 제시받게 되고 이는 무의식적이고 영적인 면에서 마법과 마술 행위에 대한 경계심을 풀게 된다.
물론 어린이들은 이성적으로 환타지의 요소들을 현실과 혼동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감성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는 이를 실재로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를 갖게 된다.
롤링 이전에도 물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환타지 소설들은 있었다. 예컨대 「반지 전쟁」의 톨킨이나 「나르니아 연대기」의 C. S. 루이스 등의 작가들에서도 전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톨킨이나 루이스 등이 그리스도교적 방법으로 마법적인 요소들을 사용한 반면 롤링의 환타지에서는 영지주의와 이교도적인 환타지를 발견하게 된다.
톨킨은 「반지전쟁」에서 「힘」이 인간에 속한 것이 아니며 초월적인 능력은 신으로부터 받은 은총으로 제시된다. 악한들은 이 은총을 훼손하거나 자신을 위해 이 힘을 개인적으로 소유하려고 한다. 루이스는 「나르니아 연대기」에서 되풀이해서 정당하게 인간의 것이 아닌 「힘」의 유혹에 대해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영지주의적인 롤링의 해리 포터의 세계에서는 마술과 마법의 힘은 인간에게 내재된 것이며 영지주의적인 지식과 힘을 추구하며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키워갈 수 있다. 여기에는 신의 섭리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마법은 중립적 가치이다.
선과 악의 구분도 모호하게 되며 선이 악을 물리치는 과정에 있어서도 적을 물리칠 만한 충분한 힘이 관건이다. 이는 톨킨의 소설에서 중심적인 인물인 프로도가 정당하지 않은 힘을 거부하고 진리에 대한 충실성을 바탕으로 악을 물리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지닌 시사점에 대해서는 좀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지만 적어도 부모들은 자녀들이 즐겨 보게 되는 이 환타지가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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