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수가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은 인생은 어떤 목적을 향하여 평탄하게 직선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는 「지그재그」라는 것이다. 인생은 바로 이러한 좌절과 실패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삶이 결정된다고 한다. 실패와 좌절 앞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 이것이 신앙의 삶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림 제4주일인 오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경위를 알려주고 있는데, 그 탄생 경위가 매우 순조롭지 않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한 시기에 성령으로 말미암은 임신을 한다. 아마 이 사실은 요셉에게 청천 벽력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성문화가 상당히 개방된 현대에도 약혼녀가 자기와 아무런 관계도 없이 임신을 했다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그 상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자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요셉은 아주 특별한 선택을 한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것의 이유를 꿈에 천사가 나타나서 하신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라는 말씀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 상황에서 요셉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계시와 같은 놀라운 사건 없이는 그러한 일을 설명할 수 없기에 천사의 말씀 때문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 전부일까 ?
필자는 어려서부터 신앙교육을 받아 왔기에 성서에 나오는 위대한 사람들이나 성인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요, 특별히 성모님과 성 요셉같은 이들은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분들로 생각해 왔기에 이분들은 한 점의 의혹과 의심 없이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허상이 깨어지는 아픔과 더불어 사제로서의 몇 년간의 삶이 필요했다.
사제 생활을 거듭해 가면서 느끼는 것은 이들은 결코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똑같은 두려움과 인간적인 약점, 거기에 더하여 생존과 자유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성 요셉도 이러한 면에서는 우리와 그렇게 큰 차이가 있었던 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때문에 꿈에 천사가 나타나서 일러주었던 그 이야기, 물론 당시는 신화가 일상적으로 통용되던 시대요, 처녀 잉태도 드물지만 가능한 일일 수도 있는 시대였기에 오늘날 과학의 관점으로만 요셉의 행동을 판단할 수 없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어떻든 그러한 이야기를 믿는 것은 분명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성 요셉은 갈등했을 것이다. 법을 따라야 하나, 아니면 파혼을 해야하나, 아니면 용서해야 하나, 오늘 꿈속의 천사의 말은 그러한 갈등 중에 다른 가능성을 제공한 또 하나의 갈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요셉은 놀랍게도 인간으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가장 가능성이 적은 사실을 선택한다.
어떤 분들은 이것을 「어떤 특수한 상황의 한번의 선택」이나 「우연한 한번의 선택」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선택이 요셉의 성격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행위요, 그분의 온 삶에서 우러나온 행위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성요셉이 천사의 말을 듣기 전 마리아의 일을 처리하고자 했던 모습 때문이다. 성서는 『요셉은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하는데, 이 말씀을 통해 개방적이면서도 타인을 배려하고자 하는 요셉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고, 요셉의 선택은 어쩌면 이러한 마음에서 나오는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사의 말씀이 전해졌다 하더라도 요셉이 가지고 있었던 이러한 개방성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 말씀은 효력이 없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성 요셉의 선택에서 천사의 말씀이 하나의 이유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정말로 중요한 요인은 성 요셉이 가지고 있었던 개방성과 남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즉,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어떻게 구약의 예언처럼 인성으로는 다윗의 후손이 되면서 동시에 처녀의 몸에서 탄생할 수 있는가 하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구약의 예언이 성취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은 성모의 위대한 신앙의 선택과 더불어 성 요셉이 가지고 있었던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하느님을 향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모두가 자신만을 찾기에 바쁜 오늘의 현실에서 정말로 시사하는 바가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성탄의 기쁨과 흥겨움이 넘쳐흐르는 이때, 「남을 배려하는 성 요셉의 마음」이 어쩌면 성탄을 현실화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꾸며야 할 가장 「아름다운 구유」가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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