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공존… 선택이 중요
TV의 영향력은 참으로 막강하다.
얼마 전 여성 코미디언은 모 TV방송사 토크쇼에서 나눈 대화 중에 자신이 출연한 화장품 회사가 망했을 것이라는 농담 한마디로 인해 해당 화장품 회사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고 한다.
또한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 통신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광고로 인해 이순신 장군이 메가패스 장군으로 통용되고 있어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이 지적되기도 했다.
TV는 인간을 사회화시키고, 문화를 배양시키며, 여론을 선도함으로써 지대한 힘을 발휘한다. 현대시대에 이처럼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또 있겠는가? TV는 시간과 공간을 불문하고 무소부재하기 때문에 '제 2의 신'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TV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고, 심하게는 일상생활을 식민화시켰다고 할 정도로 TV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일 하루 TV시청시간이 2시간 58분이었다는 작년 통계를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TV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공존한다. 예를 들어, KBS1의 '사랑의 리퀘스트'는 오랜 시간의 방영을 통해 주위에 불우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성금 모금의 훌륭한 수단이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쏟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다.
방송시간을 통해 접수되는 성금의 액수는 TV의 힘을 가히 짐작케 한다. 반면에 고통받는 이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청자들의 눈물샘만을 자극시켜 그들을 단순히 동정의 대상으로 정형화시킬 우려가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물질적 혜택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보다 더 필요한 것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우일지는 모르지만, KBS가 소외된 이웃에 대한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국가 정책보다는 이러한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국민들에게 그들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인상을 혹여나 줄 수도 있다.
교회는 우리 삶의 환경을 지배하고 있는 TV를 '하느님의 선물'('일치와 발전' 제2항)로 규정하고 있다. TV가 하느님의 계획대로 사람들을 형제애로 일치시키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협력하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TV는 인류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타락하게 하는 비복음적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TV가 가지고 있는 선과 악 혹은 '밀과 가라지'의 양면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사회공동선을 지향하도록 TV 생산자나 소비자의 올바른 윤리적 선택을 위한 고민이 언제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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