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신자들은 본당과 주위 신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을 경우 다시 신앙생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준비위원회 산하 증거연구위원회(위원장=한홍순)가 교구 내 쉬는 신자 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3%가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80.5%는 교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교회 전체 신자의 1/3이 쉬는 신자란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대목이다. 즉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교회의 필요성을 대다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쉬는 신자들의 인도 여부는 앞으로 본당과 주위 신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조사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교구 시노드에서 이 문제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모색하고 대안을 마련해 나간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교구가 교구 사상 최초로 쉬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후암동과 서초동 갈현동 화곡본동 옥수동 등 교구 내 9개 표본 본당을 선정, 각 표본본당의 시노드 위원이나 구역반장 등이 20세 이상 남녀 쉬는 신자들을 직접 방문해 설문지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는 쉬고 있는 정확한 원인과 동기를 파악함과 동시에 이들을 다시 회두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 개발과 예방 대책 마련 등을 목적으로 기획됐다는 점에서, 향후 쉬는 신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쉬는 신자 현황
이번 조사에 응한 쉬는 신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178명) 33.3%, 여성(352명) 65.9%였고, 연령별로는 20∼24세(50명) 9.4%, 25∼29세(46명) 8.6%, 30∼39세(111명) 20.8%, 40∼49세(186명) 34.8% 순이었다.
또한 쉬는 기간별로는 1년(61명) 11.4%, 2∼5년(208명) 39%, 6∼10년(135명) 25.3%, 11년 이상(85명) 15.9% 등이어서 응답자 중 2∼5년이 주류를 이루었다. 질문지는 세례 동기, 냉담 동기, 신심 및 신앙생활 재개여부 등을 묻는 21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쉬는 신자의 다수는 '가족 일부가 신자'(46.9%)이거나 '가족 모두 신자'(41.7%)로 나타났으며, '본인 이외는 없다'는 경우는 9%로 매우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 일부가 신자인 경우 부모나 형제 등의 직계 가족이 대부분 신자인 것으로 나타나, 일차적으로 이들에 대한 가족들의 관심과 권유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세례 당시의 연령은 10대(20.6%), 30대(20.2%), 20대(19.7%)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청장년층일 때 세례받은 경우의 쉬는 신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고, 연도별로는 80년대 이후 세례 받은 경우(31.6%)가 다수를 차지했다.
견진성사 여부 및 세례 전 종교와 관련해서는 쉬는 신자 42.3%는 견진성사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다수(71.9%)는 천주교 입교 전 다른 종교를 가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례 동기
대부분(77.9%)은 본인이 선택해서 세례를 받았으며,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어렸을 때 세례를 받은 경우는 22.1%였다.
특히 본인이 선택해서 세례를 받은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어서'(50.7%) 천주교에 입교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밖에 '가족과 동일한 종교를 위해'(31.5%)나 '미사가 경건하고 엄숙해서'(27.2%)도 중요한 세례 동기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본인이 선택해서 세례를 받은 응답자(416명)의 절반 이상(58.9%)은 주변인이나 전교활동의 영향으로 세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4할 정도(39.4%)는 전적으로 본인의 뜻에 따라 세례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활동의 영향을 받은 경우 '부모'(27.8%) '결혼 상대자'(20%) '친구'(19.2%) 의 권유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교회의 전교 활동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8.4%였다.
쉬는 실태·요인
쉬는 신자의 46.6%는 세례 받은 후 5년 이내 냉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18.7%의 쉬는 신자가 세례 후 1년 이내 냉담하고 있어, 세례 받은 신규 신자에 대한 교회 차원의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연령별로는 20대(22.7%), 30대(19.1%), 40대(18.9%)의 청장년층에서 시작하는 냉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이들 연령층의 냉담을 방지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쉬는 기간 역시 절반 정도(50.4%)가 5년 이하여서, 이들의 냉담이 더 이상 장기화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활동과 권유가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파악할 수 있다.
이어 쉬는 요인에 대한 질문에 쉬는 신자의 다수(78.1%)는 본인 스스로의 문제로 성당에 나오지 않게 되었으나, 10명 중 2명 정도(20.2%)는 주변인물로 인해서 성당에 나오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주변인물로 인해 쉬게된 경우 배우자 외 가족(41.7%)이나 배우자(21.3%) 등 가족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고, 신자(22.2%)나 평신도 지도자(8.3%), 성직자(21.3%) 등 교회 내 인물로 인한 영향도 비교적 높았다.
한편 쉬게 된 개인적 차원의 이유는 '어쩌다 한번 빠지다 보니'(23%) '직업 특성상 일요일에 일해'(22.5%) '신앙에 대한 회의 때문'(17.4%) '신자답게 세상살기 힘들어'(16.3%) '먹고살기 힘들어'(15.4%) 등 신앙 외적인 요인이 주요했고, 교회차원의 이유는 '고해성사 보는 것이 불편해'(33.7%) '전례 복잡/무의미'(14%) '강론이 와닿는 것이 없어'(9.9%) '성직자에 대한 실망/상처 때문'(6.9%) '권력, 돈많은 사람만 행세해서'(6.4%) 등 주위 여건과 형식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냉담 중 체험느낌과 관련된 질문에서 57.9%의 쉬는 신자가 이 기간 중 죄스러움을 느끼고 있으며 그 외 '불안/초조'(18.7%)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12.4%) 등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고, 따라서 주변의 적극적인 인도가 있을 경우 쉬는 신자의 신앙생활 재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4%의 응답자는 '성당을 안나가도 마음이 편하다'는 답을 했다.
신앙 수준·기타
쉬는 신자의 거의 대부분(93.7%)이 성당에 다시 나오라는 주변의 권고를 받아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63.4%는 반장, 구역장 등 교우로부터 권고를 받았으며, 절반정도(49%)는 가족으로부터 인도 권유를 받은 것에 반해, 대부모(13.6%)나 성직자(3.8%), 수도자(1.6%)로부터 권유를 받은 경우는 드물게 나타났다.
또한 쉬는 신자의 절반 이상인 54.9%는 신앙생활을 다시 열심히 할 의향이 '많다'는 응답을 보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도 29.2%로 높게 나타나, 주위의 적극적인 권유가 이루어질 경우 많은 쉬는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끝으로 하느님 존재 믿음 및 교회 필요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10명 중 7명 정도(68.3%)는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80.5%의 다수가 교회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 결과를 통해 많은 쉬는 신자들이 신앙의 본질적인 것에 대한 회의보다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냉담하고 있으며, 만약에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 신앙생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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