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는 이스라엘에게 '멸망'을 선포하나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소수의 사람 '남은 자'를 기반으로 이스라엘을 재건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남은 자'에 대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이사야는 소명을 받았을 때 야훼의 성성과 심각한 민족의 죄에 숨막힐 듯한 중압감을 느끼고, 무엇보다 먼저 '규탄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설파하였다. 무도한 짓을 일삼던 귀족들, 돈에 눈이 먼 재판관들, 물질적 재산과 향락에만 관심 있는 상류계급들은 하느님의 진노의 심판을 받아 마땅했으며, 사치스런 제의도 더럽고 역겨운 것이었다. 그래서 이사야는 '야훼의 날'이 심판의 날로서 다가오기를 바라면서, 아시리아를 그 심판의 도구로 보았다.
예언자는 거룩한 하느님 앞에서 불결한 백성, 병들대로 병들어 있는 백성을 심문해야 했다. 그러나 야훼의 의도는 단순히 멸망시켜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건강을 회복시켜 왕을 섬길 수 있는 거룩한 백성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왕의 사자로서 파견되는 소명 형식을 살펴보면, 야훼는 드높은 옥좌에 앉아 계시며, 그의 옷자락은 성소를 덮고 있었고, 날개가 여섯씩 달린 세라핌들이 그를 모시고 있었다(6, 1~2). 또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6, 3)는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광경과 왕의 빛이 온 세상을 비추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야훼는 모든 백성의 운명을 좌우하는 엄위로운 왕으로 보았다.
예언자는 야훼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압도적이고 위엄있는 야훼의 초월성 및 야훼의 주권을 묘사하고 있다. 즉 야훼는 역사의 과정을 결정하시는 분이시며 인간의 실존은 전적으로 그분께 달렸다는 뜻이다.
하느님의 위엄과 무한한 거룩하심 앞에서 이사야는 자신과 동포들의 부당함을 뼈저리게 느꼈으며, 천상의 스랍들로부터 불로 입술을 정화 받는다(6, 6~7).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대변하려면 먼저 정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이어서 하늘의 어전회의 광경을 엿볼 수 있는데 "누구를 보낼까?" 하는 지존하신 분의 물음에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 주십시오" 하는 자원 속에 그 소명이 얼마나 암울한 시기를 지나야 하는지 야훼의 말씀에서 감지할 수 있다(6, 9~12).
이렇게 멸망을 선언하는 속에서도 한 줄기의 빛 "이렇듯 찍혀도 그루터기는 남을 것인데 그 그루터기가 곧 씨다"(6, 13)라는 '남은 자'에 대한 희망이 있다.
'남은 자'에 대한 성서 개념의 역사는 창세기 대홍수 기사에서 시작하여 묵시문학을 거쳐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에까지 이어진다.
초기의 성서 전승은 '남은 자' 사상을 죽음의 위협 가운데에 두고 있으며, 따라서 인간의 생명을 보존하려는 인간의 관심사에서 그 사상의 기원을 찾게 된다. 그러므로 이 용어는 하느님께서 심판하시는 기록 가운데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동시에 자비의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곳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남은 자'라는 말의 개념은 '파괴적인 의미'외에도 '건설적인 의미'를 포함한다. 그래서 이 사상은 그 시초부터 구속사적 의미를 강력히 시사하는 신학적 틀을 갖추고 있었으며, '남은 자'의 주제는 성서의 소망과 종말론의 본질적인 일부이다. '남은 자'는 파괴적인 무서운 재난에서 살아 남은 공동체의 한 무리로서 그 공동체의 장래 생존이 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남은 자'의 사상은 예언자들에게 와서 더욱 그 의미가 깊어지게 되었다.
이사야에게 있어서 '남은 자'의 사상은 먼저 '심판의 선포'이며, 또한 남은 자가 하느님께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선포'이다. 그러나 '만일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코 굳게 서지 못하리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돌아옴의 필요조건은 '회개'와 '믿음'이다. 야훼께서는 이 '남은 자들'을 통하여 당신의 구원사업을 계속하신다.
이사야는 '남은 자'가 영적 이스라엘임을 말한다. 지금 나는 임마누엘이신 하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영적 이스라엘 백성인 '남은 자'로 생활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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