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대희년을 시작으로 새 천년의 문턱을 넘어선 지구촌은 지난해 국제적으로는 테러와 전쟁으로 갈등과 분쟁의 고통을 경험했고 국내적으로는 IMF 경제 위기를 넘어선 듯 하다가 또다시 어려운 국가 경제로 서민들은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성장 일로를 걷던 한국교회는 이제 외형적 성장에 걸맞는 내적 충실을 다지기 위해 속속 시노드를 개최하면서 소공동체 운동 활성화, 새 복음화를 위한 진지한 모색에 나서고 새 천년기의 희망을 찾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생명윤리 문제, 세속주의, 물질주의, 종교다원주의 등 현대사회와 문화의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보다 효과적이고 복음적인 대응 방안을 발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지난 한해 동안 이러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며 본격적인 새 천년의 복음화를 모색한 한국교회에 있어서 올 한해는 매우 의미심장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의 고민과 모색은 이제 보다 구체적인 사목 지침과 목표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 한해 한국교회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을 것인지 전망해본다.
■ 수도회
- 평화기도 지속 봉헌
- 창조질서보전운동
- 전문위원회 활성화
- 평생양성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 기대
■ 한국평협
- ‘똑바로운동’ 강화
- 초기교회 순교자
- 시복시성 운동
- 일회성 행사 탈피
- 다각적 행사 구상
■ 사회사목
- 사회복지활동의 기초자료 축적에 심혈
- 생명문제 대응 본격화
- 분야별 전국협의 단체 결성 지원 방침
■ 문화
- 출판계 불황 호전 기대
- 새 수요 창출 노력
- 가톨릭미술관 건립과 미술 전문위 결성 등 교회 미술 체계화 전망
사목교서를 통해 본 전망
전국 각 교구장들이 발표한 사목교서는 한 해 동안의 사목 목표를 집약하고 있다. 올해의 사목교서들을 통해 보면 신앙의 내적 충실을 기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이는 한국교회의 뿌리깊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쉬는 신자 문제에 대한 사목적 대처 방안을 시급한 사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서 볼 수 있다. 쉬는 신자들을 다시금 교회 공동체 안으로 이끌어들일 수 있는 다각적인 사목계획들이 수립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구역겧 소공동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신앙 공동체의 내적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 역시 각별하다. 청소년들을 교회와 신앙으로 인도할 수 있는 사목적 대처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청소년 신앙대회, 주일학교 교육의 개선,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다각적인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시노드를 개최하는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5월과 6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해 모든 교구민들을 대상으로 시노드와 관련된 의견 수렴 작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노드에서 논의할 의제들을 확정했다. 올해에는 이 의제들을 중심으로 다시금 여러 차례에 걸친 의견 수렴 작업이 이어지는 등 시노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는 특히 지난해 4명의 몬시뇰과 보좌주교들이 새로 탄생한데 따라 교구의 사목체제에 있어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대구대교구는 9년 뒤 교구 설정 100주년을 앞두고 다각적인 교회 쇄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별히 청소년사목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5월에는 어린이 신앙대회를 개최한다. 아울러 가을에는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위한 대회가 개최된다.
광주대교구는 2007년 교구 설정 70주년을 앞두고 개인과 가정 성화, 공동체의 성숙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2년째 시행하고 있는 지구장제도가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한편 교구 대의원회의를 마친 인천과 수원교구는 시노드에서 제안된 내용들을 본격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소공동체 활성화 노력 지속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른 소공동체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전국 각 교구마다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전국의 소공동체 운동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나눔에 따라 올해에는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15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지난해 전국 모임은 그 동안 각지에서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갖고 추진해온 한국교회의 소공동체 운동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한 자리였다. 따라서 10여년 동안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아온 소공동체 운동에 대해 각 교구의 경험과 정보를 나눔으로써 한국교회의 사목적 대안으로 확립하려는 노력의 시작이 됐다. 이 모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교회는 소공동체 운동을 미래 사목의 돌파구로 확립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류와 논의를 올해에도 꾸준하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도회
수 년 전부터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가며 복음적 정신에 따라 국가와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수시로 밝혀왔던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는 지난해 정기총회 결과에 따라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기도를 지속적으로 봉헌한다.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교회 환경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의미에서 수도자들의 환경 교육을 실시하고 수도원내 우리 농산물 구입 및 시민운동단체에 대한 지원에도 나선다.
아울러 여성 인권 개선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호주제 폐지 운동에 직접 참여하며 성폭력 상담소 운영 활성화와 함께 여성학, 여성신학 등 수도자 교육에도 적극 임할 예정이다.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협의회는 내년을 '전문위원회 자리잡음의 해'로 정하고 사무국 산하에 새롭게 신설된 양성, 평생양성, 홍보, 선교, 재정, 정의·환경 등 위원회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협의회는 지난해 중년기 수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평생양성프로그램을 내년 4월 3일부터 한달간 실시하고, 갈릴레아축제, 봉헌생활의 날 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내년 봉헌생활의 날 행사를 비롯 합동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남자장상협의회는 여자장상협의회 및 주교회의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국 평협은 지난해 도덕성 회복운동인 '똑바로 운동'을 전국 차원으로 전개했다. 한국 사회 도덕성의 최후 보루로서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420만 신자들이 모범적인 공동체로 성숙함으로써 사회 복음화를 이룬다는 목적이다. 올해는 지난해 선언된 똑바로 운동의 정신을 실생활에서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된다.
또 평협은 신유박해 순교자를 비롯한 초기교회 순교자들의 시복시성 추진운동, 생명·환경 보전운동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10월 위령성월에 맞춰 건립 추진 중인 6?5 순교자 현양비 건립 사업에도 적극 동참한다. 평협은 특히 일회성 행사를 지양하는 방향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사회사목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올해 특별히 교회 내 사회복지활동의 기초가 되는 각종 자료의 정리와 축적에 그 어느때보다도 관심과 노력을 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12월 3일 열린 전국협의회 총회에서 조사연구 분야의 예산을 확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의 25년 역사를 담은 약사 발간을 중요한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교회 사회복지 시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천주교 사회복지편람'을 오는 11월까지 제작, 배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사회복지 편람은 지난 1999년판이 나온 후 4년만에 나오는 것으로 당시보다 50여쪽 불어난 650쪽 분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복지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분야별 전국협의단체의 결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아프간 사태가 종료된 후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구호기금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교구의 지역 분할 등으로 활동의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회 설립 25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월22일부터 펼치고 있는 '사랑의 한가족 운동'에 더욱 힘을 실을 예정인데 올해에도 지속될 이 운동 기간 중 '후원'의 개념이 개인 차원에서 공동체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교육 사업도 병행한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구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7·8월경 몽골에 국제의료봉사단을 보낼 계획이며 최근 신설된 생명윤리위원회의 운영에 각별한 힘을 쏟을 예정이다. 산하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우리농운동의 저변확대와 활성화를 위한 바탕을 만들기 위해 조사연구에 주력하면서 본당 생활공동체 조직화자료집 등 다양한 자료집을 작성하고 물류 사업 안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생명윤리 논란 격렬 예상
지난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던 생명윤리 논란은 올해 들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경으로 예정돼 있는 '생명윤리기본법' 제정과 관련해 종교계 및 민간사회단체와 생명과학 및 의학계, 산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격렬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인간 배아 연구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최근 생명윤리 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이다. 생명과학계는 질병 치료의 미명 아래 배아의 파괴를 수반하게 되는 배아 줄기 세포 연구 허용을 위해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종교계의 대응은 필연적으로 타종교계 및 민간단체와의 연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새로 설치된 생명윤리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된다.
주교회의 정평위를 중심으로 범종교연합이 대대적으로 펼친 사형제도 폐지운동이 지난해 특별법 제정으로 연결되지 못한데 따라 지속적인 운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종교계의 사형폐지운동은 아시아 8개국의 국제적인 연대로까지 이어지고 사형폐지에 대한 국민 의식 전환에 뚜렷한 성과를 거둠에 따라 올해에는 보다 광범위한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화
교회 출판사들은 출판계 전반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불황이 조금씩 호전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교계 출판사들은 새해에도 평년과 마찬가지로 적으면 20종에서 많으면 60~70종의 책을 출간할 계획이며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들어 기획, 시리즈물들이 전에 비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는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독자들의 수요를 맞출 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출판으로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가톨릭 미술계는 내년부터 한국 교회 미술 체계화 및 활성화가 시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에서 교회미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구 성미술감독을 임명, 구체적인 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술계에서는 우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결성해 지난 100년간의 교회미술 자료를 체계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회장=최종태, 지도=장익 주교)는 내년에도 가톨릭 성미술의 토착화를 위해 가톨릭 예술가들의 꾸준한 성미술 제작에 힘쓸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한국 가톨릭 현대 종교미술관 건립을 제의한 미술인들은 교회와 함께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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