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와 전망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1월 1일자로 공포한 이번 교령은 직능 담당 교구장 대리와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를 중심으로 한 교구장 대리제도를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서울대교구가 전격적으로 교령을 공포하게 된 배경은 현재 본당 230여개, 신자수 135만명, 사제 700여명이란 거대교구로 성장함에 따라 교구장 혼자서 모든 업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또한 3명의 보좌주교들과 4명의 몬시뇰들이 중심이 된 이 제도는 교구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배려하기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즉 교구 사제들이 올바르게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며 신자들을 위한 사목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시대적 상황에 의해 부각되고 있는 사회사목 분야, 교육 분야, 청소년사목 분야 등을 제대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안이 바로 교구장 대리제도인 것이다.
특히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합당하게 응답하고 보다 효율적인 사목활동을 수행해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교회가 쇄신의 노력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교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직능 담당 교구장 대리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신임 보좌 주교 2명과 4명의 몬시뇰이 탄생함에 따라 교구 쇄신을 위한 초석을 갖추었다. 이에 따라 정대주교는 교령 공포에 앞서 지난해 12월 27일 3명의 보좌주교에 대한 소임 발령을 내고 총대리·교구청장·교육기관 담당 교구장 대리에 강우일 주교, 청소년 담당·사회사목 담당·홍보사도직 담당 교구장 대리에 신임 염수정 주교, 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에 신임 이한택 주교를 각각 임명하여 본격적으로 교구장 대리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교령에 따르면 직능담당 교구장 대리로 임명된 3명의 보좌주교들은 총대리 직할 업무, 수도회 담당, 교육기관 담당, 청소년 사목 담당, 사회사목 담당, 홍보 사도직 담당 등을 분담해 맡게 된다.
총대리 겸 교구청장으로 임명된 강우일 주교는 앞으로 교구청에 근무하는 모든 사제들을 지휘·감독하고, 교구청의 업무 및 교구청 직원의 채용과 해직에 관한 일을 처리한다. 아울러 본당 사목외 사제들과 상담기관, 성서사목을 비롯해 재경위원회, 건축위원회, 성소 후원회,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가톨릭 경제인회,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연령회, 군종 후원회 등도 관할하게 된다. 또 교육기관 담당 교구장 대리로서 학교법인 가톨릭 학원 이사장 또는 이사장 대리를 겸임하고, 가톨릭 의료원과 그 부속병원들을 관장한다. 학교법인 산하는 가톨릭대학교, 동성중·고등학교, 교리신학원, 가톨릭 음악원, 교회사 연구소, 절두산 순교 기념관, 순교자 현양 위원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청소년 담당, 사회사목 담당, 홍보사도직 담당 교구장 대리로서 활동하게 된 신임 염수정 주교는 사회복지법인 서울 가톨릭 사회 복지회 이사장 및 재단법인 천주교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 이사장을 겸임하며 종합 복지관, 의료 복지 기관, 청소년 복지 기관, 장애인 복지 기관 관장과 더불어 경찰사목, 교정사목, 노동사목, 환경 사목, 정의평화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등을 담당한다. 또한 한마음 수련소, 유치원, 어린이 집, 유아신앙 교육부, 주일학교 교사 연합회, 본당 청년 사목부,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주일학교 교리 교재 편찬 등의 청소년 사목과 가톨릭 출판사, 재단법인 평화방송 이사장 등 홍보 사도직도 겸임하게 된다.
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로 임명된 신임 이한택 주교는 남녀 수도회를 관장하게 되는데 교구 설립 수도 단체의 신설이나 폐쇄, 수도자들 및 이와 비슷한 단체 회원들의 서원과 연관된 업무를 담당한다. 이와 함께 당분간 서강대학교 총장직도 계속 수행한다.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
서울대교구는 이번 교령을 통해 기존의 18개 지구를 새롭게 4개의 지역으로 편성했다. 따라서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로 임명된 4명의 몬시뇰들은 앞으로 중서울 지역(1,2,3,4,6,7지구), 동서울 지역(5,8,9,10,11지구), 서서울 지역(12,13,14,15지구), 경기도 지역(경기 서부, 경기 북부, 경기 동부지구)으로 나뉘어진 4개의 지역을 나누어 맡으며 담당 지역 내의 모든 사제들의 공생활과 사생활 전체를 교구장을 대신해 직접 보살피는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교령에 명기된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의 주요 임무로는 교회법 제396조에 규정된 교회법상 순시를 교구장을 대신해 수행하고, 사목 방문의 기회뿐 아니라 기타 사제들의 생일이나 축일 등의 기회에 사제들과 자주 만나 그들의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성직자 생활 전체에 대해 보살피는 역할이다. 아울러 자기 관할의 사제들의 성직자로서의 생활과 규율 준수를 감독하고 성당이나 기타 건물을 신축·개축하려는 사제들과 사전에 협의하는 한편, 대교구청과 자기 관할의 지구들과 본당 사목구들 사이의 상호 정보 전달의 중개 역할도 맡게 된다.
또 한가지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들은 10명 내지 15명 정도의 사제들로 구성되는 지역 사제평의회를 별도로 설치해 ▲지역 내의 각 지구와 각 본당 사목구에 공통되는 문제 연구, 검토 ▲지역 수준에서 실행할 신자 교육 계획 수립 ▲지역 내의 본당 사목구의 분할과 신설 및 본당 사목구 경계 등을 조정해나가게 된다.
주교 평의회 설치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공포한 이번 교령을 살펴보면 7명의 교구장 대리들에게 상당한 권한이 부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교구장 대리제도의 시행에 따라 주교 평의회가 새롭게 설치, 운영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교구장이 소집하고 주재하게 될 주교 평의회는 대교구 소속 교구장 대리들의 단체성과 연대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교구의 최고 기구로, 향후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교구 전체의 모든 사목적 정책과 문제를 협의하고, 함께 정보를 교환하며 인적, 물적 자원의 배당을 결정하게 된다. 아울러 주교 평의회가 대교구 사제 인사 위원회의 기능을 겸임한다. 이는 교구장 대리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교구장 대리들의 밀접한 상호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주교 평의회에는 교구장 대주교와 총대리, 교구장 대리들 및 교구 사무처장이 참석하고, 회의록 작성 및 보관을 사무처장이 맡는다.
사목 체계 쇄신을 위한 대안
서울대교구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교구장 대리제도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정과 교회법 규정에 따라 교구 사목 체계를 쇄신하기 위한 대안이다. 주교 사목 교령 26항과 교회법 제406조, 407조에 의하면 "교구장 주교는 자기의 보좌 주교나 보좌 주교들을 자기의 권위에 예속되는 자기의 총대리들이나 적어도 교구장 대리들로 선임하고, 중대한 사건들을 숙고할 때에 특히 사목적 성격의 일에 관해 그들과 의논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서울대교구는 지난 94년 김수환 추기경의 교구장 재임 시절 교구청 조직을 개편해 보좌 주교들이 직능 담당 주교 대리와 동시에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를 겸임하는 제도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 교구장인 정진석 대주교는 당시보다 교구가 더욱 커지면서 교구를 합당하게 사목하려면 지구장 제도만으로는 부족하고, 또한 직능 담당 교구장 대리들과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들을 따로 임명할 필요성에 의해 이번에 보좌주교들과 몬시뇰 등 7명의 고위성직자들로 구성된 교구장 대리제도를 실시하게 됐다. 앞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 교구민의 협력과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정대주교가 교령에서 밝혔듯이 성직자들이 이 제도를 숙지하고 교구장 대리들에게 능동적으로 협조할 때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대교구는 교구장 대리 제도 시행중에 개선해야 할 점이 나타나면 교구 시노드나 사제 평의회에서 논의한 후 수시로 시정하며 제도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정웅모 신부는 『이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 대리제도를 통해 활기차고 살아있는 공동체로 거듭나고 나아가 이 세상 복음화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고 『특별히 올해엔 교구 시노드와 교구장 대리제도가 원만히 실시될 수 있도록 전 교구민의 기도와 동참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정대주교는 교령을 공포하며 『2002년은 하느님의 은혜로 한국 교회에 정식 교계 제도가 설정되면서, 서울대목구가 대교구로 승격된지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설명하고 『이러한 뜻깊은 때에 서울대교구는 하느님의 도우심에 의지하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결정과 교회법 규정에 따라 교구 사목 체계를 쇄신할 것을 전체 교구 신자들에게 공포한다』고 밝혔다. 새해 벽두에 사목 쇄신을 위한 교령 발표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딘 서울대교구가 향후 어떻게 이 제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나갈지에 한국 교회 전체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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