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을 허락해주신 하느님, 오늘도 마음의 짐을 먼저 쓸어내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래야 이웃을 위해 거리를 훤히 쓸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힘들고 고될 때가 더 많지만
언제나 이른 새벽을 깨어 맞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당신께 기도드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주님!
임오년 새해에는 당신께 청할 것이 더 많습니다.
월드컵 축구시합, 우리나라가 1등 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들은 땀흘린 노력과 온국민의 응원으로 꼭 1등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선거, 훌륭한 새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나라가 안정되고, 소시민을 배려해주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1등 국민 됐으면 좋겠습니다.
분리수거도 잘하고 공중도덕도 잘 지키고 서로 친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교회들, 빈부차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신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신앙생활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소중한 가족, 올해도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큰아들의 빈자리가 크지만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소원하는 것이 너무 많지요, 죄송합니다. 허허허….
당신을 믿으며, 거짓없이,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제 이웃의 묵은 마음도 제가 매일 함께 쓸어버리겠습니다.
주님!
오늘 하루도 당신과 함께 머물러 있음을 늘 잊지 않겠습니다. 아멘.
새벽을 여는 당신의 종
어두움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이른 새벽. 새날을 맞으며 조남길씨의 작은 바람들을 되뇌어본다.
올해로 16년째 서울 강동구청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남길(요셉·57·서울 암사동본당)씨.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강동구 거리 곳곳을 말끔하게 해놓는 숨은 손길의 주인공이다.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는 가을 낙엽길을 쓸 때, 손이 꽁꽁 얼어붙는 추운 겨울길을 나설 때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자식 공부시키고 남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업(業)이라서 보람을 느낀단다.
보람 중에 더 큰 보람이라면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환경미화원들이 마음을 모아 이웃을 도왔다는 것. 쓸어모은 낙엽을 퇴비로 팔아 적은 돈이지만 불우이웃을 돕기도 했다.
가장 어렵고 힘든 건 음주운전 자동차를 피해 다니는 일. 일하다가 음주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료들도 제법 된다.
매일 새 각오로 길을 나서고 신앙에 의지해보지만 조씨의 마음 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하나 있다. 영문도 모른 채 군에서 세상을 떠나간 큰 아들의 죽음. 어이없이 떠나보내긴 했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단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라는 곳이 생겨 사인(死因)을 밝힐 수 있다지만 당장 먹고 살길이 바빠 나서질 못하고 있다. 원인을 밝혀 아들의 유해라도 국립묘지에 묻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는데….
얼굴 한구석에 그림자가 쉽게 지워지질 않지만 오늘도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옳은 일에 손을 들어주시는 절대자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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