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시작을 전쟁으로 시작한 인류에게 '평화'는 가장 먼 길이면서 가장 염원하는 꿈과 이상이다.
이 땅에서 저 하늘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평화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수많은 현자들이 평화를 노래했지만 아직도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오늘날 평화롭지 못한 인류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참 평화를 위한 헌신을 재촉할 수 있을 책들을 찾아본다.
평화의 실상 살필 수 있어
「전쟁과 평화-21세기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삼인)는 당대비평과 평화네트워크가 공동으로 기획해 지난해 9·11테러 후 당대 지성들의 발언들을 모은 책으로 새천년의 첫 비극적인 사건을 보는 지성인들의 시각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9·11 테러와 아프간 공습 중에 일방적으로 이슬람 세력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자기중심적 행태를 비판하고, 평화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돼 사태의 배경과 본질,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왜곡, 북겧 관계 등 테러 이후의 정세에 대한 전망 등을 담았다.
「20세기 한국의 야만 2-평화와 인권의 21세기를 위하여」(일빛)는 제국주의와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의 문제를 중심으로 지난 세기를 성찰하고 인권과 평화의 새 세기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교훈을 모색한다.
1권에서는 일제 시대부터 해방 이후 1960년까지를 다루었으며, 2권에서는 그에 이어 박정희 정권 등장 이후부터 2001년 현재까지를 다루고 있다.
「20세기의 전쟁과 평화」(을유문화사)는 지난 20세기를 냉정하게 검토하고 폭력과 야만 한가운데에서도 평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줄기찬 노력을 다룬다. 21세기가 평화로운 세기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간의 협력, 세계화와 동시에 국경을 초월한 개인과 집단의 네트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전망한다.
삶으로 표현한 이들
「사랑으로 부르는 평화의 노래」(가톨릭신문사)는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가 반핵·반전 부르짖으며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한 나가이 다카시(바오로) 박사의 생애를 엮은 것이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는 일본 나가사끼의 원폭 피폭을 전후해 방사선 의학자로 활동하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신앙의 삶을 누구보다 성실히 살았던 인물이다.
「마하트마 간디」(한길사)는 민족에 대한 사랑이 인류에 대한 사랑과 모순되지 않음을 보여준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혼 간디에 대한 평전이다. 분노와 보복으로 물든 21세기 한가운데로 다시 걸어온 간디를 만난다. 특히 이 책은 그동안 여러권 나온 간디의 자서전과 달리 간디에 얽힌 모든 이야기와 주변 생을 아우르면서 인도의 근대사까지 포함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기린원)는 20세기 평화의 사도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메시지들을 선별해 사진들과 함께 묶었다.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들의 핵심을 밝히고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준다. 나치 치하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되어 독일에 끌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고된 육체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한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시를 쓰고, 연극 공연에 참여하고, 나치에 점령된 폴란드에서 금지되어 있던 철학과 신학을 은밀히 공부하면서 살아온 교황의 이야기를 전한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샘터)은 이해인 수녀가 엮은 책으로 「빈자(貧者)의 어머니」데레사 수녀가 별세하던 해인 77년에 나온 번역본을 생전에 그를 만나 짧지 않은 대화를 나눴던 이해인 수녀가 새롭게 펴냈다. 데레사 수녀의 생각, 이야기, 기도를 묶은 책이다.
하느님으로부터의 선물
「영혼의 평화」(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고뇌와 불안에 싸인 현대인들을 위해풀톤 쉰 주교가 쓰고 정진석 대주교가 옮긴 책. 심리학자인 저자가 전문서적이라기보다는 가톨릭교회의 사목자이자 주교로서 일반 지성인들을 위해 가톨릭의 철학과 신학을 토대로 프로이트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평화의 선물」(바오로딸)은 미국 시카고의 대주교인 J.L. 베르나르딘 추기경이 성추행으로 고소 당한 사건에서부터 악성암으로 판정 받은 후의 투병생활과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까지의 기록이다. 모든 인간 상황 안에 항상 선과 악이 공존하고 우리가 자신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손에 맡긴다면 궁극에는 선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목자들이 겪을 수 있는 오해와 비방과 판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떻게 평화의 선물을 누리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성서로 본 평화와 폭력」(분도)은 150여쪽 분량의 소책이다. 저자인 H. 헨드릭스는 평화의 공동체에 대해 전쟁을 포함한 모든 폭력 구조를 극복하고 하느님의 태초의 축복을 함께 나누는 일치된 공동체라고 부른다. 이 결론의 핵심이 되는 정의의 문제를 신구약 성서를 넘나들며 집요하게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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