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도원의 쇄신 운동
수도자들의 생활은 성직자들의 생활과는 달랐다. 이들의 삶은 오로지 수행과 기도에만 힘쓰는 것이었다. 수도자의 성소는 세속의 삶을 멀리하고 오직 하느님만을 찾는 신분이었으므로 기도와 수행생활이 그들 삶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 시대에는 그런 삶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열성과 부패 그리고 쇄신은 인간이 존재한 곳이면 어디서나 드러나는 현상이었다. 열성적인 수도자들은 부패와 싸우고 교회 안에서 자기들의 역할을 방해하는 평신도들로부터 수도원을 지키기 위하여 서로 도우면서 조직체를 형성하여 활동하였다.
이 시대에 쇄신을 위하여 조직적으로 활동한 지도자는 아니아느의 베네딕도였고 성 베네딕도의 규칙(RB)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주석서를 쓴 인물들도 있었다. 개혁의 중심 수도원은 클뤼니였다.
(1)아니아느의 성 베네딕도(750~821)
베네딕도는 아뀌텐의 귀족 가문 태생으로 젊은 나이에 피핀 3세의 궁전에서 근무하다가 디종 근처 수도원에 입회하여 수도생활에 전념하였다. 그러던 중 피레네 산맥 근처에 있던 대지(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땅) 아니아느에 수도원을 세우고 아빠스가 되었다. 고대 수도 생활의 이상, 특히 파코미오의 수도원 제도를 동경하여 엄격한 고행생활에 힘쓰다가 생각을 바꾸어 점차적으로 베네딕도 성인의 규칙을 선호하여 이를 수도 규칙으로 도입, 새롭게 해석하였다. 그러자 주위의 많은 수도원들이 그가 제시한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였다.
그는 경건왕 루이의 신임을 얻어 수도원에 관한 일에 있어서 황제의 조언자로 일하였다. 그는 수도원 퇴폐의 원인은 규칙 준수를 등한시 한 것으로 보고 수도복, 음식, 규칙의 준수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평수사와 수사신부를 구별하였다. 그는 모든 수도원들이 하나의 통일된 규칙을 사용하고 최고 장상 아래 동일한 관습을 준수하기를 원했다. 그의 이상이 받아들여져 황제는 그를 왕국 내에 있는 모든 수도원의 최고 원장으로 임명했으며 그가 평소에 원하던 대로 베네딕도 성인의 규칙과 하나의 관습을 지키게 하였다.
마지막에 황제는 아아켄에 모든 아빠스들을 소집하여 하나의 법령을 발표하였다. 이것 역시 베네딕도가 평소에 원하던 것이었다. 이것은 한 지역 내에 있는 모든 수도원들을 위해 처음으로 등장한 법령이었다. 그리하여 규칙과 관습에 있어서 모든 수도원의 통일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황제는 수도자들의 의무를 부가하는데는 열성을 보였으나 그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데는 소심하였다. 그러나 베네딕도의 배려로 소수의 수도원들은 수도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아빠스를 선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수도원 쇄신을 위하여 기도생활을 강조하였는데, 특히 전례기도와 거룩한 독서를 강조하여 성무일도에 긴 전례기도를 첨가시켰으며 오리게네스, 예로니모, 아우구스티노, 교황 대 그레고리오 1세의 저서들을 독서에 포함시켰다. 그는 규칙 모음집과 수도규칙 대전을 작성하여 수도원 쇄신에 기여한 인물로 널리 평가되고 있다.
(2) 힐데마르
아니아느의 베네딕도가 성 베네딕도의 규칙(RB)에 근거하여 조직적으로 쇄신을 주도한 인물이었다면 그 규칙(RB)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주석서를 쓴 이들 중에서 대표적 인물은 코르비 수도원의 힐데마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수도자가 은수자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완덕을 지향한 삶을 살 수 있지만 영적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이는 하나의 세례, 하나의 신앙, 하나의 희망, 한 분 성령과 하나의 교회에 근거를 둔 사상이다. 그는 수도자들의 삶을 위해서 공동생활은 필수적이며 독거생활은 소수의 몇 사람에게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베네딕도회 영성은 초자연적인 사물에 대한 심오한 의식,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열렬한 사랑, 완전한 포기, 하느님의 현존 의식 그리고 거룩한 두려움, 순명과 인내의 덕행들로 특징지어진다. 올바른 양심 형성과 겸손을 키우고 성덕에 이르기 위하여 수도자는 아빠스와 영적 지도자에게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성실히 그리고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수도자들에게 기도는 우선적이므로 기도시간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며 육체 노동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기도생활에 대하여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 그는 시편으로 기도하는 것을 대단히 강조하여 이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에 잠길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묵상 기도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기도에 전념하기보다는 먼저 거룩한 독서를 해야 한다고 보았다.
거룩한 독서는 기도의 다른 형태이므로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독서를 통하여 기도로 넘어가야 한다.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거룩한 독서와 육체노동을 하면서 관상기도로 넘어갈 수 있으면 독서와 노동을 그만두고 즉시 기도소로 가서 기도에 전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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