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구, 연인들로 붐비는 서울 혜화동의 주일 오후, 혜화동성당과 동성고등학교 인근에서는 그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동성고등학교 강당 4층을 들어서면 외국인 노동자 수백명이 줄지어 진료를 기다린다. 격주 주일, 이곳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소인 라파엘 클리닉(소장=김전, 지도=고찬근 신부)이 병고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맞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외국인 노동자 진료기관인 라파엘 클리닉은 지난 1997년 4월 서울의대 가톨릭교수회와 학생회가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와 공동으로 첫 진료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가톨릭 학생회의 빈민 무료진료소 CASA에 기반을 두고 'Clinic Casa'란 명칭으로 활동해 오던 중 97년 10월 강우일 주교의 제안으로 치유의 천사인 라파엘에서 이름을 따 명칭을 변경했다.
매월 2회 격주로 일요일 오후2~6시 진료를 펼치는 라파엘 클리닉은 양질의 의료활동으로 1997년 3082명에 이르던 환자수가 1998년 4745명, 1999년 7034명에 이르는 등 점점 환자가 늘고 있으며 그 활동이 알려져 제2회 지학순 주교 기념 정의평화상, 제11회 상허대상 의료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적은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으로 다양하며 내과, 외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 15여개 부서에서 약 25명의 의사들이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 진료 안내, 통역, 의무기록 등 일을 맡는 자원봉사자만도 약 75명 정도.
지난 98년부터는 라파엘 구호소를 열고 구호물품 공급과 체불임금 상담, 수술비, 입원비 상담 등 각종 상담을 실시하는 등 보다 긴급한 요청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98년 라파엘 후원회(회장=이근식)가 발족했으며 서초동본당, 명동본당 청년회, 성북동본당, 서울대 치대 졸업생 등 여러 단체와 개인이 후원을 보내고 있다. 또 일차 진료로 부족한 환자들은 2, 3차 병원에 이송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의정부 성모병원, 강남 성모병원, 여의도 성모병원, 적십자병원 등 교회 내외의 병원들이 이에 협력하고 있다.
최근 라파엘 클리닉의 과제는 계속해서 밀려드는 환자를 현재 상황으로는 더 이상 수용할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 이와 함께 환자 약값 확보, 임상 검사실 보완, 의료기기 보충, 봉사자 관리 등의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파엘 클리닉 고찬근 지도신부는 "하루 500여명 이상의 환자들이 밀려와 현재는 예약환자를 중심으로 400여명 선으로 제한해 진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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