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쓰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값진 선물입니다. 그래서 내 사랑하는 아들, 딸들에게 먼저 감사합니다』
「뭐 이런 자식들이 다 있어!」
흔히 버릇 없고 못된 짓만 골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을 만날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청주시내에 온통 퍼졌던 이런 비난이 돌고 돌아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 양업고등학교 교장 윤병훈 신부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윤신부는 최근 지난 3년 동안의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을 똑같은 제목으로 펴냈다.
양업고는 지난 1998년 청주교구 산하의 인성교육 전문 특성화고교, 대안학교로 설립돼 일반 학교에서는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받아 교육시켜왔다.
그해 1기로 입학한 35명 중에서 20명이 첫해에 학교를 떠나기도 했지만 나머지 15명은 무사히 졸업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28명이 2회 졸업생으로 배출된다. 학교 문을 연 후 이어지는 질문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변했나?』,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은 『몇 명이나 대학에 갔습니까?』이다. 문제아들, 윤병훈 신부와 양업고의 교사들은 그들을 상처 받은 아이들로 생각한다.
『인성교육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비로소 스스로 자신을 세울 줄 알게 된 아이들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 고작 그런 것인가?』 윤신부는 이런 어른들의 고정된 시각이 자신들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고 말한다.
사실 양업고의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는 문제아로 낙인찍혔었지만 이곳에서는 다만 스티비 원더를 좋아하고 컴퓨터 뮤지션을 꿈꾸는 조금 튀는 아이일 뿐이고 버젓한 대학 졸업장보다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만지며 미용사를 장래 희망으로 하는 소박한 아이일 뿐이다.
물론 처음에는 「문제아」란 낙인에 걸맞게(?) 무단외출이나 장기결석, 폭력과 자해가 다반사였고 공부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학생들에게 강요되지 않았다. 대신 교사들이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하면서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안았다. 차츰 변화를 보이던 아이들, 지친 나머지 학교를 떠나려는 선생님을 이번에는 아이들이 붙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키면서 공동체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문제가 됐던 여러 가지 행동들도 사라지고 참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아이들로 성장해나갔다.
『숨통을 조이는 열악한 환경이 청소년들을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갔음을 인정하고 부정적인 용어들로 청소년들을 매도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은 그들이 적응할 수 있는 삶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힘이 닿는데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생활성서/252쪽/7000원>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