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일상적인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자질구레한 문제들의 해결사는 결코 아니다. 때로 그러한 일을 바란다면 그것은 자칫 「기복 신앙」이라 비판받기 십상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신앙은 삶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주어야 마땅하며 교회는 힘닿는 한 백성들의 부박한 삶 하나 하나를 끌어안고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는 의무는 부인하기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서울 서초동본당(주임=박기주 신부) 고충처리위원회의 상담활동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봉사활동 이상의 것을 넘어선다고도 볼 수 있다. IMF로 인해 많은 신자들이 곤란을 겪게 됨에 따라 전문 법률지식을 제공해 문제의 해결을 돕고자 마련된 고충처리위원회의 활동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면서 신자들의 힘겨운 삶의 짐을 나누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97년 7월 본당의 봉사단체인 「나눔의 묵상회」에 의해 만들어진 고충처리위원회에서는 본당신자 중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가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법률과 세무, 회계에 관한 무료상담을 실시한다. 상담시간은 매주 주일 오전 10시~12시30분으로 신자들이 쉽게 이곳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주 주일 거르지 않고 상담이 계속 된. 물론 이는 법원과 인접한 본당 특성상 본당 신자 중 전문 법률인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법률 사무실의 높은 문턱을 저어하던 많은 신자들은 간편하고 부담없이 성당 내의 고충처리위원회를 찾았고 지금까지 상담건수는 98년 102건, 99년 89건, 2001년 146건에 달한다. 상담을 구하러 오는 이들은 본당 신자 뿐 아니라 타 본당 신자, 지역 주민에까지 널리 이른다. 본당 내에 무료 법률상담 활동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다른 본당에서 들어오기도 한다.
고충처리위원회를 설립, 운영해온 「나눔의 묵상회」의 김병기(그레고리오) 회장은 『고통받고 어려워하는 이웃들이 마음놓고 상담할 수 있는 장이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여긴다』고 말한 뒤 『변호사 등 상담 자원봉사자들이 귀찮은 내색도 없이 98년부터 꾸준히 활동해 주셔서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 『경제사정에 따라 상담하러 오시는 분의 숫자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이 확연해 우리들의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 때가 가장 좋은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상담봉사를 하고 있는 정익군(스테파노)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전문 법률지식 부족으로 손해보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인들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간혹 법률문제가 아닌 그와 관련한 인생문제를 도움받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 함께 기도하겠다는 말 외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드릴 수 없어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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