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난과 환경 파괴 문제는 적어도 지난해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 만큼이나 위험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는 8월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되는 유엔 세계 환경회의를 계기로 세계 지도자들이 빈국과 부국들간의 편차를 줄일 수 있는 보다 강화된 협약을 맺어야 한다』
1월 10일 미국 월드워치 연구소가 발행한 「2002 세계의 상태 보고서」는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와 함께 더욱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빈국과 부국과의 격차 문제를 지적했다.
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플래빈 회장은 전 세계적인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90년대의 번영에도 불구하고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빈국 에이즈 사망 급증
에이즈로 인한 사망 현황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90년대 10년간 세계에서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50만명에서 300만명이 넘는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이즈로 인한 사망이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며 5명 중 4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출신이다.
유엔이 발표한 여러 가지 통계를 보면 극빈국의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빈국 20%는 1.3% 소비
세계 최고 3인의 재산 합계가 가장 가난한 나라 48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많다. 부자 15명의 재산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중남 아프리카 전체 국가의 GDP를 넘고 84명의 재산이면 12억 인구의 중국보다 많다. 부자 나라 상위 20%가 전세계 재화의 86%를 소비하고 하위 20%의 가난한 나라가 단지 1.3%를 소비할 뿐이다.
오늘날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빈곤과 기아의 원인은 재화의 절대적인 부족이라기보다는 부의 편중에서 기인한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1분에 34명이고 그 중 24명은 어린이다. 하루로 따지면 5만명, 1년에 1800만명이 단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간다. 5년 동안 굶주림으로 죽은 사람이 150년 동안 전쟁과 혁명으로 죽은 사람보다 더 많다. 1억5천만명의 어린이가 학교 가야 할 시간에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고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하루 1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살아간다.
12억은 영양 부족 12억은 영양 과다
월드워치 연구소가 2000년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영양 부족 상태에 있는 인구는 12억에 달하고 이와는 정반대로 12억의 인구가 너무 많이 먹어 역시 영양 장애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 199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부자 225명이 자기 재산의 단 4%만 내놓으면 전세계 수십억 가난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존 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극빈국은 아사 직전
극빈국의 문제는 올해 역시 지구촌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국제 경제의 화두는 세계화다. 무역 장벽을 없애고 자유시장 경제제도를 채택하면 인류의 복지가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인당 GDP가 900달러가 안되는 최빈국은 통계가 처음 시작된 1971년 25개국에서 지난해에는 49개국으로 늘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가 작성한 최빈국 명단을 보면 대부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모여있고 동남아시아, 카리브해, 태평양 등에 일부 분포돼 있다.
최빈국은 그야말로 아사 직전이다. GDP를 넘는 외채, 가난과 환경 파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다 에이즈가 창궐하고 종족, 인종간 분쟁과 내전으로 숱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1985년 1백만명이 아사한 에티오피아에는 수시로 다시금 그 참상이 재연되고 있고 에리트리아, 수단, 케냐, 소말리아 등은 상시로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인종이나 종족, 종교, 영토를 이유로 한 분쟁은 아프리카 전역을 피로 물들여왔다. 1800년대 제국주의 국가들이 제멋대로 그어놓은 국경선에 종족간 분쟁이 뒤얽히고 여기에 반정부 조직과 정부군과의 싸움이 더해지고 수없는 쿠데타가 발생했다. 앙골라 내전에서는 19년간 50만명이 숨졌고 수단에서는 15년간 150만명이 희생됐다. 이렇게 희생된 이들의 대부분은 어린이와 부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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