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3일」의 대명사이다시피 한 「담배 끊기」, 그러나 올해는 그 작심들이 꽤나 오래 갈 것 같은 분위기다.
새해 벽두부터 휘몰아치고 있는 금연 열풍으로 담배로 이익을 봐왔던 각종 단체나 조직들이 울상을 지을 정도로 담배 끊기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해 유난히 거센 금연 바람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신앙인의 관점과 올바른 금연법을 고민해보는 장을 마련해본다.
흡연이 관대한 우리의 문화는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흡연국가 대열에 올려놓은 지 오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각국 흡연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자의 흡연율이 몇 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 활동이 많은 20대와 30대 남자의 경우 1999년 각각 70.4%, 71.3%로 계속 70% 이상의 높은 흡연율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폐암으로 투병 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로 인한 이른바 「이주일 신드롬」은 날로 높아져만 가던 흡연율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학 입학 이후 15년째 담배를 피워온 인천시 송월동 홍모(34·회사원)씨는 새해를 맞아 20일째 담배를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잠을 설치는 등 금단현상을 겪고 있지만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담배를 끊을 작정이다.
지난 8년간 하루 2갑 이상씩을 피워온 부산시 남항동 박재원(34·주방장)씨도 홍씨와 비슷한 사정이다. 두 돌을 맞고 있는 딸을 위해 아내와 의논 끝에 금연을 결심한 그는 담배를 피우는 동료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혹독한 담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의 금연 결심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주일씨의 폐암 투병으로 더욱 굳어졌다.
새해 들어 인터넷 경매사이트의 최고 인기상품으로 금연 관련 상품들이 차지하며 금연초, 금연파이프 등이 하루에 200건씩 거래되는 등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이나 금연 열풍으로 인해 담배판매량이 60%나 감소한 제주지역의 사례는 금연 열풍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일반회계의 6.5%인 180억원을 담배소비세로 세수입을 거둔 제주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금연 돌풍으로 세수 확보에 차질이 빚는 등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낳기도 하고 있다.
흡연 현실과 문제점
금연운동협의회의 흡연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1인당 연간 115갑의 담배를 태우며 흡연인구도 지난 80년의 1000만명에서 99년에는 1240만명으로 24%가량이 늘었다. 보고서대로라면 갓 태어난 신생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을 통틀어 3.5명당 1명꼴로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이중에서도 15∼19세까지의 미성년 여성 흡연자는 99년 15만명으로 집계돼 80년에 비해 6배나 증가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교 남학생의 흡연율은 1988년 23.9%에서 1999년 32.6%로 증가했으며 여학생은 1991년 2.4%에서 1999년 7.5%로 증가해 청소년 흡연도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흡연연령이 점차 낮아져 초등학생 10명 가운데 1명꼴로 흡연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이 흡연을 경험한 시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가 23.5%로 가장 많았으나 유아기를 갓 벗어난 초등학교 1학년에 흡연을 경험한 학생도 17.5%나 된다.
담배는 한번 중독되고 나면 극한 상황이 아닌 경우 금연하는 경우가 5% 미만일 정도로 「마약성」에서 아편 다음에 올라 있음에도 그 해악은 아직 널리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범국민금연운동본부 본부장 맹광호(이시도르·가톨릭대 산업보건대학원장) 교수는 『담배도 마약으로 규정돼 약물중독으로 질병분류표에 올라가 있는 만큼 담배를 입에 대는 순간 환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심장질환·치주질환 등 담배로 인한 합병증은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흡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세계적인 흐름
「담배와의 전쟁」은 전세계적인 추세다. 1492년 북미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원주민에게서 선물로 받아 유럽에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담배가 오늘날 추방되어야할 공적(公敵)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흡연의 폐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전세계 흡연자는 5명중 한명꼴인 11억명.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는 현재 전세계 남자 인구의 47%, 여자의 12%가 흡연중이라고 밝힌다. 이 가운데 매년 350만명이 흡연관련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2020년에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이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AIDS·결핵·교통사고·자살·분쟁학살 등에 의한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수치다.
핀란드의 경우 식당이나 작업장에서는 물론 술집에서도 원칙적으로 흡연이 금지될 뿐 아니라 연립주택의 개인 발코니에서조차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인접해있는 노르웨이는 한술 더 떠 집에서 흡연을 하다가 어린아이가 기관지염이나 천식에 걸릴 경우 아동학대로 분류될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흡연자들이 설 땅이 없다. 보험가입시 흡연자들은 자기 나이 보다 평균 다섯살이 많은 것으로 간주되는가 하면 주택구입 융자에서도 3배나 많은 보험료를 감수해야 하는 등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다. 미국은 지속적인 금연정책으로 지난 30여년간의 담배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흡연인구가 89%에서 현재 20%수준으로 떨어졌다.
■ 금연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흡연자 종교별 분포에서 천주교가 으뜸
반생명적·반환경적 성격 지녀
공동체성 붕괴 한 원인 될 수도
흡연자의 종교별 분포를 보면 천주교가 개신교나 불교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술과 담배 등에 너그러운 교회의 풍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종교 지도자에 비해 교구 사제들의 흡연율이 높아 교회 내 금연운동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맹광호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간접피해가 확실히 입증된 이상 흡연은 공동체성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세속적 의미의 긴장완화와 신자와의 관계 등에서 파생되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맹교수는 특히 생명과 환경에 관심을 쏟고 있는 교회가 반생명적이고 반환경적인 흡연에 미온적인 현실은 모순적이라며 이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대책을 호소했다.
인구가 서울의 30%에 지나지 않고 흡연율도 우리의 반도 안되는 호주 뉴사우스웰즈주의 경우 흡연자들이 피운 담배꽁초가 매년 올림픽수영장 2개를 채울 정도로 나오고 있어 우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금연상담기관의 한 전문가는 『흡연자의 60%가 19∼24세 사이에 흡연을 배우게 된다』고 밝히고 『주일학교는 물론 신학교에서도 금연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맹광호 교수는 『가톨릭교회는 사순절이나 대림절 등을 통해 나쁜 습관과 단절하기 쉬운 내적 시스템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어 절제와 금욕이라는 좋은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며 『교회가 이런 내적 기제를 적절히 활용하고 개발할 때 보다 풍요로운 신앙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 사회의 흡연은 그 사회가 포괄하고 있는 스트레스 해소 기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리 사회의 흡연 인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돼온 것도 이같은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해소 기제가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기껏 술이나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담배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소 방안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사회 속에서의 공동체적 해결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흡연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고 그 피해도 가족 내에서 부담하는 방식이 우리의 모습이다. 따라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금연운동은 단순히 개인적 결단을 촉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적 책임성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공동선을 생각하는 자세를 갖춰 나가는 좋은 계기를 맞고 있다 할 수 있다.
여전히 흡연구역으로 남겨져 있는 교회, 금연운동을 통해 공동체의 건강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의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교회 지도층 사이에서부터 흡연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 효과적인 금연법
마음 굳게먹고 … 편안한 기분으로
물마시기·섬유소 풍부한 음식 섭취
일반인은 물론 웬만한 신자들 가운데서도 김수환 추기경이 애연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담배를 끊은 지 20년이 가까워오기 때문이다.
김추기경은 지난 1984년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거행한 103위 시성식 후 하루아침에 담배를 끊었다. 성직자가 담배 때문에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 못한다면 성직자의 도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에서다.
담배를 끊는 방법에는 김추기경과 같이 한 번에 끊는 단연법과 서서히 흡연량을 줄이는 감연법이 있으며, 필요시 금연보조제를 사용할 수 있다.
▲단연법
한번에 딱 끊는 방법으로 성공률이 가장 높다. 심신이 가장 한가로울 때, 혹은 직장이 연휴로 휴무일 때 등 특정한 시기를 택해 단번에 금연을 시도한다.
금연 중에는 평상시의 생활계획보다 금연을 시도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활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가 실패할 때에는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마음을 굳게 먹고 가능한 한 편안한 마음으로 실천하도록 한다.
▲감연법
서서히 흡연량을 줄이는 것으로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나 성공률은 높지 못하다.
우선 흡연량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을 세우고 담배를 반만 피우고 버리거나 격일로 담배를 피운다. 또 하루 중 첫 담배를 늦춰 피우고 마지막 담배를 앞당겨 피우며 잠자리에 일찍 든다. 담배를 잊기위한 적당한 레크리에이션이나 운동을 즐기는 등 새로운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것도 감연 방법 중 하나다.
범국민금연운동본부장 맹광호 교수는 금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패턴을 더불어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불규칙한 식사를 비롯, 카페인 음료, 음주 자리 등 흡연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생활과 기호품을 피해야 한다고 추천한다. 맹 교수는 "금연은 1, 2주 내 길게 봐서 4주 안에 할 수 있다"며 흡연자의 10%는 금연이 어려운 완전히 중독된 상태로 의사의 진단에 따라 니코틴 패치 등 니코틴 대체요법 등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또한 금단증상을 막기 위해 ▲매일 6∼8잔의 물 마시기 ▲식사 시 생야채, 과일, 도정하지 않은 곡류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 먹기 ▲담배를 피우게 되는 장소를 피하고 도서관, 극장 등 금연이 필요한 장소에서 여가시간 보내기 등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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