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논어가 만났다.
「성서 옆에 논어 놓고 논어 옆에 성서 놓고(성서와 함께/227쪽/9000원)」는 동양철학을 공부한 최기섭 신부(가톨릭대 교수)와 김형기 박사(서라벌고 윤리교사)가 성서와 논어를 나란히 놓고 오늘의 삶에 접목해 풀이한 글모음집이다.
두 저자는 하늘과 하느님, 아버지의 뜻과 천명, 예수와 공자의 기도 등 각 주제에 따른 대표적인 성서구절과 논어 장절을 제시한 뒤 두 경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되새기고 우리에게 주는 구체적인 의미를 생생하게 풀어놓고 있다.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마태오 복음 26장에서 예수의 머리에 향유 붓는 여자를 탓하는 제자들을 예수가 꾸짖는 장면은 논어의 한 부분과 매우 유사하다.
『자공이 새달을 고하는데 희생으로 바치는 양을 없애려 하자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사야, 너는 그 양을 아까워하느냐? 나는 그 예를 아낀다』(「팔일(八佾)」 제17절)마태오 복음 25장 달란트의 비유도 흡사하긴 마찬가지다. 『자공이 말하기를, 「아름다운 옥이 여기 있다면 장 속에 감추어 두겠습니까 좋은 상인을 찾아 팔겠습니까」라고 하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상인(군주)을 기다리는 사람이다」라고 하셨다』(「자한(子罕)」 제12절)이 책은 두 저자가 지난 3년간 번갈아 월간 「성와 함께」에 연재한 글들을 다듬고 보태어 내놓은 것이다. 이들의 경전 대화는 1984년 최기섭 신부가 성균관대 유학과에 편입해 김형기씨와 대학원까지 함께 공부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신부는 이후 대만 보인대학 철학연구소에서 유학과 동양철학을 더 공부했고 김형기씨는 유학도이면서도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성서와 함께 신앙을 다져왔다.
두 저자는 두 종교의 경전을 비교해 공통점을 찾아 서로 나누려는 이 책의 집필의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세히 밝힌다.
『이러한 책읽기는 동양문화 속에 살아오다 새로이 서구 그리스도교 문화를 수용한 우리에게 응당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제삼천년기의 사상과 영성은 「동서융합」 내지 「동서조화」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리라는 전망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시도들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최신부는 『논어는 한국인의 삶을 지배하는 유교사상의 핵심경전이라는 점에서 논어와 성서의 경전 대화는 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위한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두 경전의 핵심 가르침인 예수의 사랑과 공자의 인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전을 읽는 뜻은 바로 실천에 있다는 결론이다. 성서와 논어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고 그리스도교와 유교는 각기 독립된 종교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지니는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수께서 사두가이들의 말문을 막았다는 소문을 바리사이들이 듣고 함께 몰려왔다. 그가운데 율사 하나가 예수를 떠보며 물었다. 『선생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어느 것입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온 마음으로, 온 영혼으로, 온 정신으로 네 하느님이신 주님을 사랑하라」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입니다. 둘째도 비슷합니다.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 모든 율법과 예언자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습니다』
(마태 22,34~40)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인(仁)을 버리면 어찌 그 이름을 일컬을 수 있으리오. 군자는 밥 먹을 동안에도 인에서 어긋남이 없어야 하는 것이니, 갑자기 황급한 일을 당했을 때에도 이같이 해야하며, 넘어지는 순간에도 이 같이 해야한다.
(이인(里仁) 제5절)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