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천재적 지식인이자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형 정도로만 알려져 온 정약종 순교자의 삶과 신앙을 본격적으로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사상사학회(회장=조광)가 문화관광부와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의 후원으로 1월 23일 오후 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개최한 학술 심포지엄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정약종 순교자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자리였다.
1월의 문화인물인 정약종(아우구스티노) 순교자에 대한 종합적 연구의 일환으로 「정약종의 시대와 사상」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각계각층에서 400여명이 참석해 드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정약종과 초기 천주교회」를 주제로 첫 발표에 나선 고려대 조광 교수(한국사학과)는 『정약종 순교자는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천민들도 복음을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쓴 「주교요지」를 저술하는 등 천주교 교리에 입각한 인간존엄사상을 삶 속에서 실천한 변혁시대의 선각자였다』고 평가하고 『정약종은 한국교회사상 주요 인물일 뿐 아니라 한국사상사에서도 주목해야 할 인물』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전주대학교 주명준 교수(언어문화학부)는 「정약종 가문의 천주교 신앙실천」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각종 사료에서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등 「약용 삼형제」를 「사학의 괴수」로 표현할 만큼 정씨 삼형제는 초창기 한국교회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며 『정약종은 형인 정약전, 동생인 정약용보다 늦게 천주교를 접했지만 입교한 후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앙을 실천한 굳건한 신앙인이었다』고 밝혔다.
또 공주대 송석준 교수는 「정약종과 유학사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주교요지」에 담겨있는 보유론적 사유방식은 유학과 천주교를 갈등과 반목으로부터 화해와 조화로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며 이를 사상과 종교를 초월한 인간의 본래성에 바탕을 둔 화해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부산가톨릭대 한건 신부는 「정약종의 신학사상」분석을 통해 『정약종은 이질적인 사고체계를 연결시키기 위해 신학의 내용을 한국인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함으로써 쉽게 이해하도록 한국적 신학을 전개했다』고 논증했다.
아울러 서울대 원재연 박사와 한국교회사연구소 서종태 연구원은 「주교요지」에 대한 문헌학적 고찰을 통해 주교요지가 18세기 말 당시의 조선민중에게 천주교리를 매우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고안되고 저술된 뛰어난 한글교리서였음을 밝혔다. 특히 서종태 연구원은 「주교요지」 활판본과 필사본 사이에 존재하는 수천자에 이르는 글자수의 차이 등 유의할 만한 차이점을 제시,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한편 이 심포지엄의 결과는 천주교 관계 특집으로는 처음으로 교육부 등이 인정하는 A급 학술지인 「한국사상사학」6월호(제18집)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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