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에서 조건없이 사랑을 베푸는 수도회 활동에 감동해 같은 길을 걷게 됐다. 대전가톨릭대의 배려, 공동체형제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신학대학 입학시험을 치렀다.
이제 수도자의 삶과 더불어 사제로서의 길에 첫발을 내딛는다.
「아프리카 청년이 한국에 온 까닭은」. 에네스트 무일라(Ernest Mwila). 국적 아프리카 잠비아, 나이 27세. 사제의 꿈을 키워온 흑인청년은 지난 99년 한국 땅에 발을 내딛었다. 왜 굳이 이역만리 한국까지 왔을까. 문화도, 언어도 다른 이곳까지. 잠비아에 끊임없이 사랑을 쏟고 있는 한국의 프란치스꼬 전교 봉사수녀회와의 인연 때문이다. 가난과 에이즈, 말라리아와 싸우는 자기네 나라 사람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며 그들을 돌보고 병을 치료해주는 수녀들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프리카 청년 에네스트 수사는 올 3월이면 대전가톨릭대 신학생이 된다. 사제의 길을 걷고자 하는 그를 위해 교구가 파격적인(?) 배려를 했다. 대전가톨릭대는 에네스트 수사를 받아들이기 위해 올해 처음 외국인 특별전형을 실시했고, 그는 한국어를 또박또박 써가며 논술과 면접을 봤다. 신학교 시험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온 뒤 바로 서강대 외국어대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수도원에서는 말을 빨리 익히기 위해서 선창하는 기도를 도맡아왔다.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를 익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목욕탕에 가서 「시원하다」란 말을 하는 한국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신학교 청강 때는 절반 이상 알아들을 수 없었단다. 겨울바람을 가르며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신학교를 다녔던 그는 매서운 추위를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생활이 힘들지만은 않다는 에네스트 수사. 난생 처음 하늘에서 내린 흰눈을 맞을 때면 신기하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눈을 반겼다. 몇몇 형제들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이젠 사투리로 농담을 맞받아칠 정도다.
먼나라 한국에 살고있지만 마음만은 늘 아프리카 가까이 있음을 느낀다. 그를 수도자로 받아준 총원장 하이디 수녀, 대전신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준 유흥식 신부, 서강대를 다닐 때 함께 지냈던 작은 형제회 회원들. 신학교 청강 때,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할 때 도움을 줬던 신학생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머물러 있는 형제들, 그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때문이다.
요즘 에네스트 수사는 신학교 들어갈 준비하느라 바쁘기만 하다. 교복인 양복도 챙겨야하고 기숙사 생활에 필요한 물품도 사야한다. 사실 준비물을 챙기는 것보다 하루빨리 신학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더 재촉한다. 수도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사제가 되기 위해 한국에서 에네스트 수사가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러나 「냉장고에도 눈이 있어요」라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그에겐 그의 말처럼 「은총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과 공동체 형제들이 함께 있기에 힘겹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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