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삶이 일궈내는 시심(詩心)은 어떤 감동을 전해줄까?
서울 가양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는 김종국 신부가 내놓은 두 권의 시집은 「전부 아니면 전무」인, 그래서 아무나 감당해낼 수 없는 사제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을 허락한다.
지난 98년 「문학창조」 겨울호에 「기다림」「두 손 모은 하루」 등 세 편의 시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종국 신부는 이번에 펴낸 「수단 옷소매로 바람이 들어와도」와 「토아일기」로 사제시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혀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자체로 신비요 기적이 아닐 수 없는 사제의 길을 걸어오며 김신부가 시인의 눈으로 걸러낸 감상을 담은 「수단 옷소매로…」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 수석(壽石)으로 단련된 따뜻한 사제의 눈길과 마주치게 한다. 또 사목일기 형식의 《토아일기》가 선보이고 있는 소박한 시어는 사제의 삶을 통해 다져진 겸손과 진솔함을 드러내준다.
마음 속에 묻고 가야 할 이야기들을 활자로 펴내는 것은 김 신부의 고백처럼 적잖은 용기다. 3년여의 짧지 않은 산고를 거쳐 펴낸 처녀시집은 올해로 사제수품 25주년을 맞은 시인의 하느님과 신자들에 대한 오롯한 사랑에서 비롯된 바 크다.
「우리 소리 관현악단」을 통해 전례의 토착화를 꾀해온 사제, 10년 넘게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을 운영하며 가난한 이들의 대부로 우리 가운데 서 온 한 사제의 삶은 『힘겨움을 극복하는/인내라는 사랑도/은총의 능력으로 주님이 주신다(사제의 길 中)』는 고백을 낳는다. 그 고백이 『쇠는 쇠에 대고 갈아야 날이 서고, 사람은 이웃과 비비대며 살아야 다듬어진다』(잠언 27, 17)는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톨릭출판사/각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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