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은 40일간의 부활준비시기인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로 사순 제1주일 전 수요일을 말한다.
이날부터 사순절이 끝나는 주님 만찬 저녁미사 전까지 사제는 회개와 속죄의 상징인 자색 제의를 입으며 미사 중에는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을 하지 않는다.
「재의 수요일」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교회가 이날 미사 중에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식을 행하는데서 생겨났다. 옛부터 사람들은 동식물을 태우거나 화장(火葬)한 후 남은 재에 깊은 신비적 의미를 부여했다. 성서에서도 재와 먼지는 죽음, 재앙, 슬픔, 속죄 등을 상징하고 있다.
욥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시련을 받으면서 자신의 죄를 보속하기 위해 잿더미에 앉았고(욥기 2, 8),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지 않는 백성들에게 『재를 머리에 들쓰고 회개하라』(마태 11, 21)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재는 죽음에 처해질 운명이나 슬픔에 처한 상태 또는 회개의 의미로 사용되다가 발전하여 공적인 회개를 위한 공식 전례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재의 수요일은 교황 그레고리오 1세에 의해 사순절의 첫날로 제정되었으며 재를 머리에 얹는 신심 행사가 보편적으로 행해지기 시작한 것은 1091년 베네벤토 교회 주교회의의 결정이후부터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이날 전 세계가 단식과 금육을 실천하며 그리스도의 수난의 의미를 깊이 깨닫고 이에 동참하도록 명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만 18세부터 만 60세 전까지의 신자들은 하루 한끼 단식을 하며, 만 14세 이상의 신자들은 금육을 지키도록 명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금욕과 극기라는 자기절제의 차원을 넘어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면서 하느님께 희생을 바치며 절약된 재화를 가난한 이웃과 나눈다는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재의 수요일에 사용되는 재는 지난 해 성지주일에 나눠주었던 성지가지를 미리 걷어서 태운 후 재를 만들어 사용한다. 사제는 이 재를 축복한 후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 19)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 15)는 말씀을 하며 자신과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는다.
재가 갖는 상징과 함께 그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말씀이다. 인간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삶과 죽음이 하느님의 손에 달려있음을 알려주며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삶을 바꾸어 하느님께로 향하라는 회개의 호소인 것이다.
재를 받고 살아가는 우리의 사순시기는, 그래서 새로운 삶을 출발하고 그리스도 부활이라는 새 생명을 향한 밑거름과 같은 생활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올해는 2월 13일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시기가 시작된다. 사순절은 단지 수난과 고통만을 생각하는 때가 아니다. 참으로 은총이 풍부한 시기이다. 본래 우리의 모습,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어내신 그 모습을 되찾게 하는 은총이 풍성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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